[한형동의 중국世說] 중국 정세 전망과 동아시아 지역환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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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2.31 후진타오 중국 국가 주석은 신년사를 통해 “중국 인민들은 위대한 조국의 발전에 대해 무한한 긍지를 느낀다”며, “각국 인민들과 함께 지속적인 평화와 공동번영의 조화로운 세계를 건설하자”고 충일한 자신감으로 전 세계에 희망의 메시지를 전했다.

중국의 21세기 대전략 목표는 안정된 주변환경을 통한 경제성장을 기반으로 조화로운 소강사회 건설과 종합적인 국력배양이다. 오늘도 중국은 이러한 전략하에 ‘평화적 부상(和平崛起)”을 외치며, 중원을 넘어 세계로 질주하고 있다. 지난 한해 대부분의 국가가 금융위기와 경기침체로 ‘경제 신종풀루’의 몸살을 앓고 있는 동안에도 중국은 재정정책과 경기부양책을 통해 금융위기의 감염을 무난히 방지하여 8%의 경제성장목표를 달성했다. 외교적으로도 세계의 패자 미국과 천하의 양강 구도를 예시하며, G-20 정상회의에서, 코펜하겐‘유엔기후회의’에서 강자의 위력을 발휘했다.

신년에도 중국은 국내적으로 고도화되는 산업구조 속에 광활한 터밭 내수시장을 동력으로 경제의 역동성을 지속하며, 국가발전계획을 차질 없이 시행하여 경제성장 목표 7.5%를 달성할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중국의 “중앙경제공작 회의”가 발표한 바에 의하면, 중국 정부는 내수확대와 거시 경제정책의 연속성 유지, 적극적인 재정정책 및 유연한 화폐정책을 견지하는 것 같다. 또한 중국은 새해 총 투자액이 27조원(인민폐)으로서 작년도 23조원과 합치면 2009-2010년 간 투자액은 50조원으로서 세계 최대규모의 투자계획이 된다고 한다. 게다가 중국이 2011년부터 시행하게 될 “十二五 계획”에는 “녹색 발전계획”이 타이틀 롤로 자리잡을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시대조류를 선도하겠다는 성숙한 발전계획이다. 물론 부정부패, 지방 분리독립 문제, 재정적자(작년은 GDP의 4.2%) 심화, 빈부격차, 고질적 국유기업 부실 등 난제도 산적해 있다. 이들 난제를 여하히 극복하느냐는 중국의 심장인 베이징 中南海 영도들의 몫이다.

중국은 2007.10. 제17차 당대회 보고를 통해 중국의 정책중심은 내치와 경제발전이며,외교는 경제발전에 유리한 국제환경 조성을 뒤 받침 해야 한다고 천명했다. 이 기조 하에 중국의 외교 스펙트럼은 덩샤오핑 주석의 韜光養晦(때를 기다리며 힘을 비축)에서 후진타오가 주창한 有所作爲(필요시 적극 행동)로 점진적인 전환양태를 선보이고 있다. 새해에 중국은 군사력과 경제력으로 상징되는 강성파워를 배경으로 G-20 등 새로운 세계질서 협의체를 통해 주도적인 외교공간을 확대할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미국 등 강대국과 주변국에 대한 외교를 강화하는 가운데 제3세계들과의 유대도 증진, 자원확보라는 실리를 추구하는데 정진할 것이다.

중국은 여전히 한반도 안정화와 비핵화 기조를 유지하여 한국과는 ‘전략적 동반자관계’를 심화시킬 것이나, 역사인식의 온도차이와 무역 및 기술유출 관련 마찰 가능성, 진솔한 소통 미흡 등은 문제점으로 지적될 것이다. 북한과는 혈맹을 앞세운 ‘특수관계’에서 “정상관계’로 발전하려는 양태를 보일 것이나, 식량지원 등으로 북한체제의 버팀목 역할을 충실히 할 것이다. 북한은 올해도 체제유지의 생명줄인 핵과 미사일 개발에 진력하면서, 적절한 조롱외교로 세계를 농락하고, 한국의 발전과 외교행보에 또다시 큰 부담을 선사할 것이다.

한걸음 나아가 올해 동아시아 정세는 미,중,일 3각이라는 주요 행위자(key player)들의 역학적 관계에 의해 재단될 것이며, 이 3국에다 남북한을 포함한 5각의 전략적 게임 각축으로 요동칠 것으로 예견된다.

미,중 관계는 미국이 ‘전략적 보장(strategic reassurance)’이라는 개념으로 중국에 접근함으로써 ‘전략적 경쟁관계’에서‘전략적 협력관계’로 전환되면서 양국은 ‘협력의 패’ 운용을 적극 활용해 나갈 것이다. 따라서 무역역조, 대만문제, 인권문제 등의 불협화음은 소강상태로 잠길 공산이 크다. 그러나 중국은 세력균형이라는 측면에서는 미국이 부추기는 G2 노선에 동조하면서도 상해 협력기구(SCO) 등 다자간 틀에 의해 대미 견제축도 병용할 것이다.

종래 일,중관계의 특징은 경제적 상호의존과 전략적 상호불신이었다. 그러나 하토야마 신 정권이 ‘아시아 중시의 우애외교’를 표방하고 있어, 일-중 관계도 화해와 협력의 뉴 모드로 국면이 전환되는 분위기다.

미.일 양국은 전후 세계 최대의 동맹을 과시하며, 동아시아 정치현상을 유지해 왔다. 그러나 하토야마의 대미 대등외교 선언으로 갈등상황이 조성되고 있어 향후 귀추가 주목된다. 미,중,일 3각 안보관계에서 미.일은 중국의 군비확장,특히 해군증강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 지난해 6월 영국 국제전략문제 연구소(IISS)와 일본 국제문제 연구소(JIIA)의 합동 세미나에서는 “중국이 현재의 필리핀-대만-오키나와 선에서 동지나해에 이르는 방위선을 초월, 橫須賀-괌도-마리아나 선에서 서태평양에 이르는 방위선으로 확대를 구상하고 있다”는 발표가 나와 주목을 끌은 바 있다. 중국은 미-일 동맹에 대한 경계의 촉각은 세우고 있으나, 아직 도전장은 유보하고 있다.

2010년에는 국제 금융체제의 변화와 함께 정치,경제질서의 재편문제가 최대 관심사로 부각되는가운데 여전히 북핵문제, 대테러 등은 물론, 기후변화, 에너지 문제 등 비전통 안보필드에 이르기 까지 다양한 이슈들이 해결의 손길을 요청할 것이다. 이러한 핫 이슈 해결에는 각 외교행위자들의 개별 역량은 물론 지역 역학구도와도 연계되어 우리에게 도전과 기회의 양면적 아젠다를 안겨줄 것이 분명해 보인다.

이러한 국제정세 예상하에 우리는 미,중,일 3국 관계가 동북아 정세판도의 핵심이라는 명제를감안하여 한,미 동맹강화와 한,중 전략적 동반자 관계 심화, 성숙된 대일 우호라는 3트랙의 외교축을 성공적으로 몰아가는 전략을 구사해야 한다. 그 일환으로 우리는 중국이 한반도 현상유지와 친미적 통일국가 출현을 경계하는 것과 관련하여 미국측에 “미국은 한국의 통일로 중국의 불익은 절대 없을 것을 보장한다”는 약속을 중국측에 하도록 요청해볼 만 하다. 아울러 우리도 중국과 2+2대화(외교 및 국방장관) 등 진솔한 전략대화 채널을 가동할 필요가 있다. 또한 우리는 동아시아 공동체의 초석이 될 동북아 3국(한,중,일)간 협력체제 운용을 위해 일-중 양국의 조정자로서 현시적 외교 공간을 확보해 나가야 한다. 이를 위해 우리는 중,일 양측에 프랑스와 독일이 EEC-EC-EU라는 유럽 통합 과정에서 화합을 이루었듯이 이들도 ‘한,중,일 협력체-아세안+3- 동아시아 공동체’의 프로세스를 통해 진정한 화합이 가능하다는 점을 들어 상호 협력을 유도해 보는 것도 필요해 보인다.

플라톤의 ‘국가론’에는 용감한 소피스트 ‘트라시마코스’가 “무지의 지”를 강조한 성현 소크라테스에게 “정의는 강자의 이익이다”라고 단호히 대답함으로써 논쟁이 전개된다. 중국은 오늘도 정의의 편이 되기 위해 미국과 자웅을 다투며 강자가 되려는 대전략의 길을 추구하고 있다. 이에 대한 우리의 전략적 대응은 무엇인가? 신년 벽두부터 고민의 과제로 다가온다.

한형동 산둥성 칭다오대학 객좌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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