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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 소리] 음악파일 공짜 다운로드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9면

"아버지, 나는 공짜가 좋아요" 라는 광고를 대할 때마다 좀 씁쓸한 마음이 들곤 한다. 공짜라면 사족을 못쓰는 우리네 습성이 이 짧은 카피 문구에 함축된 듯 여겨지기 때문이다.

무료 공연으로 기획된 페스티벌에 몰린 수만 명의 관객과, 훌륭한 프로그램에도 불구하고 저조한 예매율.공동 주관사와의 불협화음으로 공연을 보름 앞두고 개최를 취소한 속초 록페스티벌의 극단적인 상황은 공짜 문화에 길들여진 우리의 습성을 그대로 보여준다.

공짜에 대한 맹목성은 인터넷.디지털 시대라 불리는 최근 들어 더욱 가깝게 찾아볼 수 있다.

MP3로 대표되는 디지털 음원의 무단 복제와 사용이 그것. '통신망을 통해 구하지 못하는 음악은 없다' 라는 얘기가 나올 정도다.

잘나가는 가수 A모씨의 음악은 음반 발매 시간과 맞춰 바로 인터넷을 통해 무료로 다운 받을 수 있었고, 오랜만에 컴백한 B모씨의 경우 방송 홍보용으로 먼저 뿌린 홍보음반의 전곡이 인터넷에 등장했다.

실제로 디지털 음원의 무단 복제가 활개치면서 음반 시장의 판매율은 IMF 시기에도 훨씬 못미치는 결과를 낳고 있다.

음반 제작사와 가수가 겪는 불이익은 갈수록 커지고 있는데, 문제는 이러한 상황에 대해 대부분의 유저들이 별 다른 죄의식을 갖지 못하고 있다는데 있다.

유저들은 적반하장으로 디지털 음원의 불법 복제에 대해 문제 삼는 음악 종사자들에게 "남들은 다 가만히 있는데 당신만 속 좁게 왜 난리냐. 통신망을 통해 불매 운동을 벌이겠다" 며 으름장을 놓기 일쑤다.

디지털 음원의 합법적인 유료 서비스를 통해 문제를 해결해 보려는 업체들도 적지 않지만, '통신망 내의 자료를 돈 내고 얻으면 바보' 라는 일반적인 사고방식이 우월해 별 실효성을 거두지 못하는 분위기이다.

최근 미국 연방법원에서는 MP3 다운로드의 커다란 툴이었던 넵스터의 정지를 놓고 논쟁이 뜨겁다.

록 그룹 메탈리카의 드러머 라스 울리히, 래퍼이자 프로듀서인 닥터 드레를 비롯한 많은 뮤지션들이 MP3를 상대로 벌이고 있는 이 소송의 결과에 전세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국내에서도 소리바다를 비롯한 여러 프로그램들에 대한 찬반논란이 거세지고 있는 가운데 디지털 음원의 관리는 레코드가게에서 음반을 얼마나 파느냐 이상의 중요한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총을 만든 사람이 그 총으로 사람을 죽인 사람의 죄까지 떠안을 필요는 없듯이 넵스터를 만든 회사가 MP3의 무단 복제의 책임을 질 필요는 없다' 와 '담배때문에 암에 걸려 죽었다면 담배 제조사와 흡연자 모두에게 직간접적인 책임이 있듯이 유저와 프로그램 업체 모두에게 분명한 책임이 있다' 는 주장이 맞서고 있다.

당신은 과연 어떤 쪽에 서고 싶은가? 지금 이 순간에도 땀 흘려 만든 하나의 예술품이 소모품이 되어 당신의 컴퓨터 안을 떠돌고 있다. 이때문에 더 많은 창작물이 만들어질 수 있는 기회는 점점 줄고 있다.

MTV VJ & 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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