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태욱 대기자의 경제 패트롤] 원칙·변혁·공생공영의 한 해 되기를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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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아직 위기가 끝나지 않았음을 깨우치는 경고인 양 흰 눈·강추위와 함께 새해가 시작됐다. 새해가 되면 많은 사람들이 소망을 마음에 새긴다. 나 또한 우리 경제를 위해 올해 우리 사회가 함께 풀어냈으면 하는 몇 가지 소망을 갖고 있다.

첫째는 원칙에 대한 분명한 태도다. 그 대표적 예가 새해 벽두, 진통 끝에 통과된 노동조합법이다. 당연히 금지하고(전임자 임금지급), 당연히 허용해야 할 것(복수노조 설립)에 쓸데없는 조항들을 덕지덕지 붙여놓음으로써 결국은 뭐가 뭔지 모르게 만들어 놓는 것은 타협이 아니라 야합이다.

이런 원칙 없는 입법이 결국 갈등과 대립을 조장하고, 이른바 ‘떼법’과 전투적 노동운동의 기반이 되며, 한국 투자의 주요 불안요인으로도 지적되는 것이다. 누더기로 통과된 법 테두리 안에서라도 정부가 보다 분명한 선을 그어주고 선을 넘는 행위에 대해선 노사 막론 엄정히 대처해 최소한의 원칙이라도 살려야 한다.

둘째, 변혁을 위한 과감한 행동이다. 지난해 우리 경제가 나름대로 선전한 데는 수출 제조업의 힘이 컸다. 이들이 보여준 힘은 올해도 우리 경제회생의 버팀목으로 작용할 것이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제조업·수출 경쟁력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내수와 서비스산업의 확대와 질적 개선이다. 문제는 이런 당연한 과제를 모르는 게 아니라 자꾸 미적거린다는 것이다. 기득권층이 반발하는 건 어찌 보면 당연하다. 하지만 그 벽을 깨는 게 나라의 미래나 개인의 편익을 위하는 길이라면 깨야 한다. 내부의 규제 철폐건 대외 개방이건 미적거릴 시간이 없다.

셋째, 공생·공영에의 적극적 자세다. 올해는 한·유럽연합(EU),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과 주요 20개국(G20) 서울회의, 기후변화협약과 같은 주요한 쌍방·다자간 이슈들이 줄지어 닥칠 예정이다. 이런 문제를 매끄럽게 마무리 짓는 것과 함께 올해 반드시 초석을 놓았으면 하는 것이 한·중·일 FTA 문제다. 세계 2, 3위의 경제대국을 양 옆에 두고 있다는 건 엄청난 지리적 이점이다.

또 이를 극대화하는 최선의 ‘현실적’ 방안이 FTA 체결이다. 물론 체제나 발전단계 등 여러 면에서 많은 차이가 있지만 3국 모두 FTA 체결을 원하는 유례없는 기회를 맞고 있다. 이 시점에서 중간의 위치에 있는 한국이 좀 더 강하게 치고 나갈 필요가 있다.

물적 기반을 닦는 것도 중요하지만 올해가 원칙과 변혁, 공생공영을 위한 제도적 기반을 닦은 한 해로 기억될 수 있기를 소망한다.

박태욱 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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