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춤한 IT … BT가 공백 메운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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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닥 상장업체인 셀트리온은 유방암 치료제 ‘허셉틴’의 바이오시밀러(특허 만료 신약의 복제약) 임상시험을 이달 중순 시작할 예정이다. 이 회사 소민영 연구소장은 “항체 바이오시밀러 분야의 세계 첫 임상시험으로, 관련 시장 쟁탈전의 개막을 알리는 신호탄”이라고 자평했다. 그도 그럴 것이 스위스 로슈의 특허가 2019년 만료되는 이 약은, 미주와 서유럽을 제외하면 특허 등록이 되지 않은 나라가 대부분이라 이 시장을 노린 복제약 개발 경쟁이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세계 바이오시밀러 시장을 놓고 국내 크고 작은 기업들의 사업 참여가 잇따르고 있다. 2008년 64억 달러(약 7조4000억원)의 매출을 올린 관절염 치료제 ‘엔브렐’이 2012년 특허가 만료되는 것을 시작으로, 매년 1조원 이상의 매출을 올리는 ‘블록버스터’ 바이오 신약들의 특허만료가 줄줄이 예정돼 있다. 셀트리온이 임상시험을 하기로 한 허셉틴의 경우 지난해 전 세계에서 5조원 이상의 매출을 거뒀다. 2012년 이후 본격 형성될 항체 바이오시밀러 시장을 선점하려고 국내외 업체들이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이 시장은 5년 뒤면 70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동아제약은 지난해 11월 항암보조 치료제 G-CSF(제품명 ‘류코스팀’)를 터키에 수출하기 시작했다. 이 제품은 항체 치료제는 아니지만 백혈구 생성을 촉진하는 바이오시밀러로, 로슈가 거의 독점한 터키 시장에서 어렵사리 판매허가를 받았다. 맞춤치료에 주력해 온 국내 바이오 업체와, 연구개발에 좀 더 힘을 쏟으려는 ‘토종’ 제약사들도 바이오 시장의 급성장을 보고 평소 장기를 바탕으로 바이오 기술 개발에 나서고 있다.

한 우물을 파온 전문업체 외에도 삼성전자·한화석유화학 등 대기업들이 바이오시밀러를 차세대 성장사업으로 삼고 발 빠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통상 수조~수십조원을 연구개발비로 투입하는 글로벌 거대 제약사와 화합물 신약 시장을 놓고 경쟁하는 것은 무리다. 바이오 칼럼니스트인 정연철(로고스바이오시스템스 대표) 박사는 “우리나라 정보기술(IT) 산업의 상승 기세가 주춤한 공백을 바이오기술(BT)이 채워줘야 한다. 신약 경쟁보다 바이오시밀러를 집중 공략해 BT 강국으로 거듭나야 한다”고 말했다.

심재우 기자

◆바이오시밀러(Bio-similar)=특허가 만료된 바이오 의약품의 복제약을 의미한다. 단백질을 구성하는 아미노산의 서열은 똑같아 기존의 의약품과 유효성과 안전성은 비슷하지만, 생산 공정에 미세한 차이가 발생하면서 단백질의 구조 또는 단백질 외피를 이루는 당 분자의 형태가 조금씩 달라진다. 그래서 ‘비슷하다’는 뜻의 ‘시밀러’라는 표현을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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