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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훈 앞에 놓인 두 개의 산, 與 소장파와 野 단일후보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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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7호 20면

역대 서울시장 선거에서 여야는 2승2패를 기록 중이다.1995년 6월 27일 제1회 전국동시 지방선거. 야당인 민주당의 조순 후보는 민자당 정원식 후보를 100만 표 차이로 눌렀다. 98년 역시 국민회의 고건 후보가 183만8348표를 얻어 최병렬 한나라당 후보(151만2854표)를 32만 5494표 차로 제쳤다.그러나 이후 두 번의 선거는 한나라당의 연승 행진이었다.

6·2선거 지역별 관전 포인트 1 서울시장

2002년엔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181만9017표)가 민주당 김민석 후보(149만6754표)를 32만2263표 차로 눌렀고, 2006년에도 한나라당 오세훈 후보가 61.1%(240만9760표)의 득표율로 열린우리당 강금실 후보를 압도했다. 오 후보의 득표율은 강 후보(27.3%)보다 두 배 이상 높았다.2010년 서울시장 선거는 양당 간 ‘플레이오프’의 결승전 격이다.
서울시장 선거는 역대로 바람의 선거였다. 후보자 개인의 자질 외에도 정국분위기, 대통령 지지도와 같은 외부 변수 영향을 크게 받곤 했다.노무현 대통령 집권 후반기 치러진 2006년 선거에서 오세훈 후보의 득표율이 60%가 넘었던 배경에는 당시 여권에 대한 민심이반이 적잖게 작용하고 있었다. 지방선거를 치를 당시 한나라당과 열린우리당의 정당 지지율은 한나라당 49.4%, 열린우리당은 14.7%(미디어리서치 조사)였다.

여야 2승 2패, 이번 선거가 결승전
2002년 선거는 김대중 대통령 세 아들 게이트가 정국을 강타할 때 치러졌다. 당시 민주당 출마자들은 “대통령 아들 게이트 앞에선 백약이 무효더라”고 탄식했고, 민주당은 서울시는 물론 25개 기초단체 가운데 22개가 한나라당으로 넘어가는 것을 지켜봐야 했다.반면 95년 민주당 조순 후보가 정원식 후보를 누를 때는 민주당 지지층의 강한 결집이 있었다. 김대중 후보의 92년 대선 실패 후 민주당 지지층의 동정여론이 바람의 진원지였다.

2010년의 정치지형은 과연 어떻게 전개될 것인가. 1일 발표된 각종 여론조사에서 이명박 대통령의 국정지지율은 50%를 넘나들었다. 역대 대통령 가운데 집권 3년차를 맞아 50% 지지율을 보인 예는 드물다.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정국 때 뒤집혔던 정당지지도도 재역전된 상태다. 본지 여론조사팀이 ‘올해 서울시장 선거에서 어떤 정당 후보를 지지할 것인지’ 물은 결과 한나라당 후보를 지지하겠다는 응답자가 38.8%, 민주당 후보에게 투표하겠다는 응답자가 24.4%였다.

집권 측에 불리한 환경에서 치러졌던 역대 서울시장 선거와는 조금 다른 양상이다.
이런 상황에서 펼쳐질 한나라당 내 경선구도는 사상 첫 재선 도전에 나선 오세훈 현 시장의 뒤를 ‘어제의 동지들’이 추격하는 형국이다. 3선의 원희룡 의원이 가장 먼저 출마를 공식화했고, 서울시당 위원장인 3선의 권영세 의원도 출마를 준비 중이다.
재선의 정두언ㆍ나경원 의원 등의 출마도 거론되고 있다. 한나라당 ‘원조 소장파’란 같은 뿌리를 가진 인사들끼리의 차기 또는 차차기를 노린 치열한 ‘스펙 쌓기’ 경쟁이 펼쳐지고 있는 셈이다.

아직까진 오세훈 시장이 현직의 프리미엄을 누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본지가 한나라당 서울시장 후보로 누가 적합한지 조사한 결과 오 시장은 40%의 지지율을 보여 2위 그룹(나경원 12.7%, 원희룡 10.3%)을 큰 격차로 따돌리고 있었다.
오 시장은 야권에서 어떤 후보가 나오더라도 승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민주당 후보로 손석희 성신여대 교수, 국민참여당 후보로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이 나올 때의 가상대결에서 오세훈 시장은 37.1%의 지지율로 1위를 기록했다. 손 교수는 29%, 유 전 장관은 12.3%였다. 민주당 한명숙 전 총리, 국민참여당 유 전 장관의 대결구도에선 오 시장의 지지율이 더욱 올라갔다(오 시장 40.5%-한 전 총리 17.5%-유 전 장관 14.8%).

‘본선 경쟁력’ 면에서 현재로선 오 시장이 가장 앞서 있는 양상이지만 그렇다고 안심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 오 시장과의 지지율 격차를 줄이기 위한 예비주자들의 공세는 이미 점화된 상태다. 특히 원희룡 의원이 대립각을 뚜렷이 세우고 있다.
그는 “광화문광장은 세계 최대의 중앙분리대, 실패한 광장의 대표 사례” “스노보드 대회는 오세훈 시장의 전시행정” 등으로 비판을 쏟아내고 있다. 원 의원은 “오 시장은 임기가 짧아 더 해야겠다고 하는데 저 분이 시장을 한 번 더 하면 서울시는 시민의 삶과 거꾸로 가는 거대한 이벤트 공연장이 될 것 같아 참으로 걱정”이라고도 했다.

경선에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서울 지역 한나라당 의원 중엔 원 의원의 비판에 동조하는 기류도 상당하다.본지 조사에서 “오 시장이 다시 뽑히는 것이 좋은지, 다른 인물로 바뀌는 것이 좋은지”에 대한 물음에 ‘다른 인물로 바뀌는 것이 좋다’는 견해(55.4%)가 ‘다시 뽑히는 것이 좋다’(39.5%)는 의견보다 많이 나온 것도 주목할 만한 대목이다.

야권에선 여권보다 후보가 더 난립하는 양상이다.
민주당에서 출마를 공식 선언한 사람은 김성순 의원과 이계안 전 의원 정도지만 자천타천으로 출마가 거론되는 인사들, 영입 대상자들까지 합치면 후보군이 열 명을 넘는다.여기에다 국민참여당에선 유시민 전 장관의 출마가 점쳐지고 있고, 진보신당 노회찬 대표가 출마의사를 밝혔다.선거전문가들은 야권 후보의 단일화 가능성을 서울시장 선거전의 가장 큰 변수로 꼽고 있다.

전병민(전 청와대 정책기획수석) 한국정책연구원 고문은 “서울 지역의 전반적인 선거분위기가 당장은 여권에 유리한 것으로 보이지만 막판에 야권이 극적으로 통합해 바람을 일으킨다면 선거 흐름은 예상하지 못한 방향으로 전개될 수 있다”며 “유시민 전 장관으로 단일화가 이뤄질 경우 폭발력이 있을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민주당 후보'손석희 지지율 29%
이번 선거가 현 정부에 대한 중간평가 성격을 갖고 있는 데다 선거 직전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1주기를 맞이하게 돼 후보 단일화가 이뤄질 경우 95년 선거처럼 야권 지지층의 대결집이 이뤄질 수도 있다는 얘기다. 이와 관련해 관심을 끌고 있는 것은 손석희 성신여대 교수와 유시민 전 장관의 거취다.본지 조사에서 민주당 서울시장 후보로 가장 높은 지지를 받은 인물은 손석희 교수(28%). 이어 한명숙 전 총리(12.1%)-추미애 의원(7.6%)-김근태 전 의원(7.1%) 순이었다.

손 교수가 민주당 후보로 나설 경우 오 시장과의 가상대결에서 8%포인트 차이로 뒤지는 것으로 조사됐으나 야권 후보 중에선 오 시장을 가장 위협하는 지지율을 누리고 있다. 손 교수와 유 전 장관의 지지율을 합칠 경우엔 오 시장보다 지지율이 높았다.
그러나 손 교수의 정계입문 가능성은 그리 높아 보이지 않는다. 손 교수는 지난해 말 자신이 진행하는 라디오 방송 도중 지방선거 출마 가능성을 일축해 버린 적이 있다.
당초 민주당의 유력한 서울시장 후보로 거명되던 한명숙 전 총리도 ‘곽영욱 비자금 사건’에 발목이 잡혀 출마가 어렵지 않으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민주당이 두 사람을 후보로 내지 못할 경우 야권에서 이들 다음으로 높은 지지도를 보이고 있는 예비 후보는 유시민 전 장관이다. 물론 ‘통합후보 유시민’이 가능할지는 미지수다. 민주당엔 유시민 전 장관에 대한 폭넓은 ‘비토그룹’이 존재한다. 제1야당이 신생 정당에 서울시장 후보를 양보하기도 쉽지 않다. 하지만 지금 민주당엔 경쟁력 있는 후보가 없는 상황이다. 선거에 이기기 위해선 못할 일이 없는 게 정치권의 속성인 만큼 민주당에서 극적인 시나리오를 선보일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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