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스워스 대사 부인 요리책 '…저녁을' 제작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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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대사관저의 식사라고 특별한 것은 없습니다. 아침 식단은 미국에서 즐겨 먹던대로 편안하게 차립니다. 저녁에 특별 손님을 초대하는 만찬을 준비할 경우엔 미국요리 풀코스나 다른 나라의 독특한 요리를 접목시킨 퓨전요리를 내기도 하지요."

크리스틴 H 보스워스 미국 대사 부인은 주한(駐韓)외교관 부인중에서 요리솜씨가 뛰어난 사람으로 정평이 나 있다.

세계적인 요리학교 프랑스의 코르동 블루를 졸업한 데다 새로 접하는 요리는 직접 만들어보지 않으면 직성이 풀리지 않을 정도로 요리에 대한 열정이 남다르다.

대사관저의 아침식사는 에그베네딕트(빵 위에 슬라이스 햄.계란을 얹고 소스를 부어 먹는 것으로 미국에선 일반화된 메뉴).

대사관저 주방장의 도움을 받기는 하지만 보스워스 부인의 손을 거쳐야 식탁에 오른다.

계란의 모양을 둥글게 잡고 소스 양도 과하지 않게 붓는다. 접시 주변에 묻은 소스도 깔끔하게 닦아낸다. 보기만 해도 군침이 흐를 정도로 맛과 정성이 가득하다.

한 입 크기로 잘라 입에 넣었더니 버터와 후추의 은은한 고소함과 매콤함이 계란과 햄의 감칠 맛을 더했다. 원두커피와 곁들였는데 뱃속에 전혀 부담이 없었다.

"보스워스 대사가 가장 즐겨 먹는 아침식사지요. 보통 두쪽씩 드는데 오늘을 한쪽만 들고 출근했어요. " 평소보다 적은 남편의 식사량에 한국 아낙네처럼 걱정스런 표정을 지었다.

이어 그는 "한국에도 아침식사를 빵으로 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 며 "소스만 만들어 놓으면 아메리컨 스타일의 새로운 맛을 즐길 수 있을 것" 이라며 레서피를 내놓았다.

요즘 보스워스 대사 부인은 삼복(三伏) 무더위를 잊은 채 대사관저에서 요리책 '대사와 함께 저녁을(Dinner with Ambassadors)' 의 막바지 작업에 여념이 없다.

그는 이 일의 책임자인 추진위원장. 각국 대사부인들의 레서피를 받아 직접 만들어보는 검증작업까지 병행할 정도로 꼼꼼하게 일을 진행하고 있다.

"지난 해 몇몇 대사부인들이 모여 한국 장애아동을 지원하는 단체 '사랑심기' 를 도울 방안을 논의하다가 시작된 일입니다. 각자 자신있는 요리 한가지씩 모아 책으로 내 인세를 기증하자는 데 의견이 모아졌지요. "

이렇게 출발한 '대사와 함께 저녁을' 은 출간 계획이 알려지면서 다른 주한대사 부인들도 속속 참여, 모두 67개국 2백70여가지 요리가 담겨 거의 전세계 음식을 망라하는 대규모 요리책으로 발전했다.

더불어 각국의 문화나 생활상도 담아 일반인들도 세계의 문화를 이해하는데 큰 도움이 되도록 만들고 있다.

그는 "작업중에 다른 대사부인들도 자주 만나 외교가의 유대관계를 돈독하게 하는 등 부수적인 성과도 얻었다" 며 환한 미소을 보였다.

'대사와…' 요리책은 현재 영문판 제작과 함께 한글판은 번역에 들어가 9월초면 영문판, 10월에는 한글판이 나올 예정이다.

보스워스 대사 부인은 한국에 온 지 3년이 가까워지고 있다.

그는 "한국요리 중 자신있게 만들 수 있는 것은 배추김치.호박전.잡채" 라고 말한 뒤 "순두부찌게를 좋아하는 데 직접 만드는 것은 아직 미숙하다" 며 계면쩍어했다.

유지상 기자

<에그 베네딕트 따라하기>

▶재료(4인분)〓잉글리쉬 머핀(식빵 4조각도 가능)2개, 달걀 4개, 둥근 모양의 슬라이스 햄 4조각, 파슬리 약간, 달걀식초 소스 1큰술(사과식초 60㎖, 통후추 1/2작은술, 달걀 노른자 6개, 버터 3백40g, 레몬즙 2작은술, 소금.후춧가루 약간씩, 뜨거운 물 1백20㎖)

▶달걀식초 소스 만들기〓①통후추를 으깨 식초와 섞은 뒤 식초가 자작해질 때까지 약한 불에 졸여 살짝 식힌다.

②뜨거운 물을 약간 타서 달걀 노른자와 섞은 후 스테인레스 용기로 옮겨 부어 남은 물을 부어가면서 거품을 낸다.

③물중탕에서 녹인 버터를 부어가면서 계속 저어준다.

④레몬즙을 넣고 소금과 후추과 간을 맞춰 체로 걸러 준비해둔다.

▶만드는 법〓①달걀은 각각 끓는 물에 깨 넣어 수란을 만든다. 이때 끓는 물에 식초(1작은술)를 첨가하면 달걀모양이 흐뜨러지지 않는다.

②달걀은 반숙정도로 익혀 꺼낸 뒤 키친타올로 물기를 닦아내고 둥글게 모양을 잡아준다.

③잉글리쉬 머핀을 반으로 갈라 버터를 바른 뒤 오픈이나 후라이팬에서 살짝 데운다.

④슬라이스 햄을 후라이팬에 한쪽 면만 구워 둔다.

⑤큰 접시에 반쪽 머핀 두개를 놓고 그 위에 슬라이스 햄과 수란을 차례로 얹는다.

⑥수란 위로 따뜻하게 데운 달걀식초 소스를 붓고, 파슬리를 곱게 다져 뿌려 낸다. 감자튀김을 곁들이면 아이들 간식거리로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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