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징어 씻은 물서 혈압강하제 뽑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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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동해안 조미 오징어 가공공장들은 요즘 '노다지' 캘 꿈에 부풀어 있다.

오징어를 가공한 뒤 나오는 폐수에서 고부가가치 생리활성물질인 타우린을 대량으로 추출할 수 있는 기술이 개발됐기 때문이다.

강릉대 동해안해양생물자원연구센터(EMBRC)의 조순영 교수와 주동식 박사팀이 과기부와 과학재단의 지원을 받아 일궈낸 개가다.

현재 타우린 추출 기반 기술 개발을 완료하고 상용공정을 올해말 예정으로 개발 중이다.

타우린은 오징어.문어.패류 등에 많이 들어 있으며, 콜레스테롤 저하 작용.혈압강하.해독작용 등과 같은 생리활성 기능을 한다.

박카스 등에도 들어가는 물질. 조미 오징어가 ㎏당 6천~1만원인 데 비해 타우린은 30만~40만원에 달한다. 국내 소요량은 전량 수입하고 있다.

한 가공 업체에서 하루 평균 3백~5백t의 가공 폐수를 버리고 있는 데 이 중 약 0.05%가 타우린인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서 약 80%의 타우린만 뽑아 낸다면 가공업체들은 하루에 약 5천6백만원을 벌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가공 업체들이 한달 평균 약 2백여만원을 들여 가공폐수를 처리하고 있는 현실을 감안하면 이 기술은 '도랑 치고 가재 잡는 격' 이다.

오징어에는 타우린이 껍질에 많이 들어 있는 데 조미 오징어로 만들 때 오징어 내장에서 나오는 단백질 분해 효소로 이 껍질을 녹인다.

그래서 가공 폐수에 타우린이 많이 들어 있는 것. 이 기술의 상용화 성과에 따라서는 오징어 가공공장들의 업종이 바뀔판이다. 오징어 가공은 타우린 생산 원료를 생산하기 위한 전처리 과정이 된다.

현재 일본 제약.식음료회사들은 "타우린이 본격적으로 생산되면 전량 사가겠다" 고 이 연구센터에 사전 주문을 하고 있다.

박방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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