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금융 회장 내정 강정원씨 사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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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금융지주 회장으로 내정된 강정원 국민은행장이 지난해 12월 31일 회장 내정자에서 사퇴했다. 사외이사 9명을 포함한 KB금융 이사 11명은 이날 오후 서울 명동 본사에서 간담회에 이은 이사회를 하고, 회장 선임을 위해 오는 7일로 예정한 임시 주주총회를 취소했다.

이에 따라 KB 회장 선임 절차는 원점으로 돌아갔다. 강 행장은 이사회를 마친 뒤 보도자료를 통해 “회장 선임 절차가 불공정했다는 비판 여론이 있는 상황에서 선임 절차를 지속하는 것은 KB금융과 주주, 고객의 이익에 부합하지 않는다”며 “심사숙고 끝에 회장 내정자로서의 지위에서 사퇴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그는 또 “주어진 기간 동안 국민은행장과 KB금융 회장 직무대행으로서의 소임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지주회사인 KB금융 회장이 공석인 상황에서 핵심 자회사인 국민은행의 은행장직에서 물러날 경우 경영 공백 사태가 심각해지기 때문이다. 그의 행장 임기는 오는 10월 말까지다.

그는 지난해 12월 3일 사외이사들만으로 구성된 회장후보추천위원회에서 차기 회장 후보로 선출됐다. 이 과정에서 경쟁 후보들이 회추위 면접에 불참하면서 공정성 논란이 제기됐다. 이어 KB금융과 국민은행은 16~23일 금융감독원의 강도 높은 사전 검사를 받았다. 조사 수위가 높아지자 일부 사외이사는 “이러다간 은행이 망가질 수 있다”며 강 내정자가 물러나는 방안을 해결책으로 제시했다.

익명을 원한 금융계 관계자는 “감독당국은 제도를 바꾸는 데 주력해야지 사람을 쫓아내는 것을 목표로 삼아선 안 된다”며 “이런 방식으론 결코 국격(國格)이 높아지지도 않고 금융 강국도 될 수 없다”고 말했다.

김원배·박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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