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사람] '물일'은 다 잘해…인명·선박 구조 척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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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에서 하는 일은 다 재미있고 자신있어요. 위험하더라도 누군가는 해야 할 일이라면 그 일을 좋아하고 잘 할 수 있는 사람이 해야 하는 것 아니겠어요."

최근 해경(海警) 최초로 '금녀의 벽'을 허물고 거칠기로 소문난 특수기동대에 배치된 제주해양경찰서의 정현영(26)순경. 해상 테러를 진압하고, 인명.선박 수색 및 구조를 주임무로 하는 특수기동대에서 그는 고참 남자대원들도 혀를 내두를 만큼 강심장을 자랑한다.이달 초엔 제주항 북쪽 12마일 해상에서 조난한 선박을 구조하는 임무에 투입됐다. 그는 직접 물 속에 뛰어들어 스크루에 감긴 로프를 일일이 칼로 끊어냈다. 스크루가 다시 돌아갈 경우 자칫 휘말릴 수도 있는 위험한 상황이었다.

키 160㎝에 몸무게 47㎏의 가냘픈 체격이지만 스포츠, 특히 해양 스포츠에 관한 한 만능이다. 태권도가 공인 4단이고, 검도가 초단이다. 유도.킥복싱.가라테 등 남자도 힘들어하는 무술을 두루 연마했다. 올 여름엔 태권도 사범 연수교육도 이수했다.

스킨 스쿠버와 수영 실력도 뛰어나다. 얼마 전 열린 제주 돌하르방배 수영대회에서는 개인 혼영 200m 1위, 평영 100m 1위를 했다. 지난 7월 제주시장배 철인3종 경기에선 여자부 5위를 기록했다.

건물 벽에서 밧줄을 쥐고 땅을 향해 내닫는 레펠 훈련은 몇번 해본 사람들도 두려움 때문에 주춤거리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그는 첫 훈련 때부터 망설임 없이 몸을 날렸다.

이런 정 순경도 "아직 제대로 못하는 운동이 있다"고 말한다. 그건 턱걸이다. 악력이 부족해 보강해야 한다는 얘기였다. 무슨 소리냐고 물었더니 곧 '패스트 로프(헬기에서 밧줄만 잡고 내려오는 훈련)'를 해야 하는데 손 힘이 약해 걱정된다는 말이었다.

그는 매일 아침 눈을 뜨면 수영장으로 달려간다. 그래야 찌뿌듯한 몸이 풀린다고 한다. 잠자기 전에는 팔굽혀 펴기 30회와 윗몸 일으키기 60회를 해야 잠이 온다고 했다. 학교 다닐 때부터 굳어진 버릇이다.

어릴 적에는 보디가드를 꿈꿨다는 정 순경은 부산정보대 안전관리학과를 졸업한 뒤 2002년에 100대 1이 넘는 치열한 경쟁을 뚫고 해경 여경으로 공채됐다.

제주=김준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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