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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예멘 알카에다 근거지 공격 준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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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미국 여객기 테러 미수 사건의 배후가 예멘의 알카에다 아라비아반도조직(AQAP)으로 확인되면서 미국의 대응에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현재로서는 예멘 정부가 소탕전 전면에 나서고, 미국은 측면에서 경제·군사적 지원을 할 거란 전망이 우세하다. 하지만 일각에선 이라크·아프가니스탄전에 이은 ‘제3의 전쟁’으로 번질지 모른다는 우려도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다.

◆“미국 보복 공격 준비”=CNN은 29일(현지시간) 익명을 요구한 두 명의 고위 관리의 말을 인용해 “미국이 예멘 정부와 함께 예멘 내 새로운 공격 목표를 고르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 관리들은 이 같은 작업이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보복 공격 명령을 내릴 것에 대비하기 위한 것”이며 “이는 미국·예멘이 새로 맺은 비밀협정의 일환”이라고 밝혔다.

CNN은 미국·예멘 간 새 협정에 대해 “양국이 (알카에다 소탕을 위해) 공조하되, 작전에 필요한 정보와 무기를 미국이 비공식적으로 제공한다는 내용”이라고 전했다. 하지만 “새 협정이 예멘 정부의 묵인하에 미국의 순항미사일과 전투기·무인항공기 공격을 허용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는 말도 있다”고 덧붙였다. 순항미사일과 전투기를 동원한 공습은 사실상의 전쟁 상황이다.

◆“아프간과는 다르다”=영국 파이낸셜 타임스는 그러나 미국이 이라크·아프간에서와 같이 대대적인 예멘 침공에 나설 가능성은 없다고 30일 보도했다. 미국은 수년간 끌어온 ‘두 개의 전쟁’으로 지칠 대로 지친 상태다. 그 때문에 이라크에서 철군을 서두르고 있다. 아프간에는 3만 명을 추가 파병키로 했지만 그 역시 전쟁을 빨리 끝내기 위해서다. 막대한 전비 부담과 인명 피해를 무릅쓰고 새로운 전쟁을 시작했다간 국민적 저항에 부딪힐 가능성이 높다.

알리 압둘라 살레 대통령이 이끄는 예멘 정부가 미국에 협조적이라는 점도 전문가들이 전쟁 가능성을 낮게 보는 이유다. 후세인·탈레반이 지배하던 이라크·아프간과는 상황이 다르다는 것이다. 실제로 예멘 정부는 이달에만 두 차례 알카에다 근거지를 공습했다. 미국 군·정보기관이 정보·무기를 댔다는 게 공공연한 비밀이다. 미국으로서는 굳이 ‘직접 개입’을 하지 않고도 알카에다 소탕에 나설 수 있는 상황이다.

아부 바크르 알퀴르비 예멘 외무장관은 영국 BBC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자국 내에 “200~300명의 알카에다 조직원이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며 “예멘은 알카에다와 싸울 의지와 능력을 갖고 있다”고 강조했다. 다만 “훈련과 무기·헬기와 같은 운송 수단이 부족하다”며 미국·유럽연합 등의 지원을 호소했다.

◆예멘 내부상황이 변수=불안정한 예멘 내부 상황이 미국의 ‘예멘 해법’에 관한 변수라는 분석도 있다. 예멘은 중동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다. 실업률이 40%대에 이르고, 1인당 국내총생산(GDP)은 1000달러(약 116만원) 수준이다. 국가 재정의 70%를 석유에 의존하고 있지만 2017년이면 고갈될 위기다. 반면 인구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 2035년에 현재의 두 배가 될 전망이다.

치안 상황도 엉망이다. 1990년 남·북 예멘이 합쳐 통일국가를 이뤘지만 아직도 북부에선 시아파 반군, 남부에선 분리주의 세력과 내전을 치르고 있다. 예멘 정부로서는 알카에다 소탕에만 전념하기 힘든 상황이다. 그래서 미국이 예멘 정부를 믿음직한 알카에다 소탕전 파트너로 인정한다면 측면 지원을, 그렇지 못할 경우 직접 개입을 선택할 가능성이 높다.

유철종·김한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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