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정상화] 여론에 백기 든 여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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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민주당 정균환.한나라당 정창화 총무는 20일 오후 4시40분 총무회담을 마친 뒤 합의문을 내보이며 겸연쩍게 웃었다. 파행 6일 만에 국회 정상화 물꼬는 이렇게 트였다.

해빙무드는 이날 아침부터 감지됐다. 민주당 박병석(朴炳錫)대변인은 협상 전망을 묻자 "오후쯤 뭔가 소식이 있을 것" 이라고 했고 같은 시간 한나라당 鄭총무는 "서로 한발씩 물러나야지" 라고 했다.

◇ 정상화 탈출구 찾은 양당 총무=오후 3시 총무회담에 들어가면서 민주당 鄭총무는 "최선을 다해 협상하겠다" 고 했다. 한나라당 鄭총무는 "몇 가지 세부쟁점만 남았다" 고 했다.

마지막까지 쟁점이 됐던 것은 민생법안의 처리시점이었다. 민주당은 "이번 임시국회는 민생법안 처리를 위한 것인 만큼 25일 본회의에서 정부조직법 개정안.추경예산안을 일괄 처리하자" 고 주장했다.

한나라당은 "회기를 늦추더라도 충분한 법안 심의를 하자" 고 맞서 진통을 겪었다.

그러나 양측은 국회 파행의 주요인이었던 4.13총선 부정선거 문제에 대해선 협상 초반 "국회 법사위와 행자위 공동상임위에서 다루자" 는 데 의견일치를 봤다.

◇ 여론에 두 손 든 여야=여야합의를 유도한 것은 여론이었다. 국회 파행이 길어지면서 따가운 비판에 직면하자 민주당과 한나라당에선 강경파에 눌렸던 온건파들의 목소리가 고개를 들었다.

한나라당의 경우 별도 특위를 통한 국정조사 요구가 법사위 차원의 국정조사→국정조사 대신 검찰총장 출석 등으로 수위가 내려갔다. 민주당 내부에선 "한나라당에 퇴로를 열어주자" 는 주장들이 제기됐다.

마침내 19일 밤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총재는 당3역 등과의 대책회의에서 국회 등원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곧바로 양당 총무는 심야 전화통화 등을 통해 이견을 절충했다.

이날 오후 3시 총무회담 직전 한나라당 鄭총무는 마지막 걸림돌이었던 검찰총장 국회출석 문제에 대해 "전례가 없지 않으냐" 고 해 합의를 예고했다.

◇ 다시 토라진 자민련=자민련 오장섭(吳長燮)총무는 여야 합의 직전 민주당 鄭총무를 만난 뒤 "수시로 계절이 바뀌니 뭐가 뭔지 모르겠다" 고 볼멘소리를 했다.

자민련은 민주당이 단독 국회방침을 천명하며 "교섭단체 구성요건 완화를 위한 국회법 개정안을 자민련과 공동으로 처리하겠다" 고 밝힌 데 대해 큰 기대를 걸었었다.

그러나 정균환.정창화 총무는 국회 정상화에 합의하면서 국회법 개정안 처리를 또다시 미제(未濟)로 남겨 놓았다.

자민련은 "민주당에 또 이용당했다" 면서 표결에 불참하겠다고 밝혔다.

국회법 개정안은 보이지 않게 여야 협상의 지렛대로 활용돼 왔다. 민주당은 협상 도중 "교섭단체를 10석으로 낮추는 안을 우리가 자민련과 통과시킬 경우 한나라당 내 비주류 의원 10명만 이탈해도 새 야당이 생긴다" 며 한나라당을 압박했다는 후문이다.

박승희.김정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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