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방, 워크아웃 중대 고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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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채권단이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 진행 중 심각한 자금난을 겪고 있는 중견 건설업체 ㈜우방에 신규자금 지원을 거부했다.

이에 따라 우방은 워크아웃 지속에 중대한 고비를 맞게 됐으며, 우방의 향방은 다른 워크아웃 기업들의 처리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채권단은 일단 이날 중 만기가 돌아온 25억원 규모의 어음을 막기 위한 자금만 지원한 뒤 금명간 전체회의를 다시 열어 신규자금 지원안을 논의키로 했다.

주채권은행인 서울은행을 비롯한 22개 채권금융기관은 20일 오전 전체 채권금융기관협의회를 열고 우방에 1천5백51억원의 신규자금을 지원하는 방안을 표결에 부쳤으나 67%(가결비율 75%)의 찬성을 얻는 데 그쳤다.

앞서 우방은 지난 6월 말 주택은행으로부터 지원받기로 했던 신규자금 3백억원 조달 일정이 차질을 빚으면서 1차 부도를 잇따라 낸 바 있다.

이 과정에서 고객들의 신뢰를 상실해 하루 평균 5백억원씩 입금되던 중도금 납입이 중단되고 해약요구가 급증, 자금사정이 급속히 악화한 상태다.

채권단 관계자는 "현재 회사측이 자금조달 능력을 상실해 매일 30억원 이상씩 이달 말까지 4백80억원 가까이 만기가 돌아오는 어음을 막을 길이 없다" 면서 "채권단이 자금 지원을 거부할 경우 최종부도가 불가피한 형편" 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금감위 관계자는 "현재 우방이 대구 일대에 아파트를 1만가구 가량 건설 중인 데다 1차 하도급업체만 7백~8백개, 관련 인구가 10만명에 달해 지역 경제에 커다란 파급효과를 미칠 전망" 이라고 우려했다.

현재 우방의 금융권 여신은 1조61억원에 이르며 서울(18.01%).대구(12.5%).주택(11.66%)은행 등의 채권 비율이 높은 상황이다.

계열사는 ㈜우방개발.우방리조트.세원철강.서울우진 등 4개다.

우방은 지난 1978년 4월 대구에서 우방주택으로 설립돼 주택전문 건설회사로 성장했다. 처음에는 대구.경북지역에서 단독주택을 지었으나 80년대부터 아파트로 방향을 틀어 90년대 초 서울과 수도권 신도시 개발 때 독특한 평면으로 주목을 받았다.

이 때문에 청구.보성과 함께 주택업계의 '대구 3인방' 으로 널리 알려지기 시작했다.

90년대부터 매년 5천가구 이상을 건설하면서 주택업계에서 목소리를 키워나갔으며, 97년에는 건설업체 중 상반기 순이익 1위를 차지했다.

그러나 외환위기 이후 건설경기 침체로 자금사정이 악화해 98년 8월 워크아웃을 맞게 됐다.

황성근.신예리.김원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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