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클럽] 석사논문 준비 후카노 쇼오이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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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서울대학교 대학원 국제지역원에서 한국학을 전공하는 일본인 후카노 쇼오이치(30)는 한국 팥빙수에 대한 관심이 남다르다.

"일본에도 나이드신 분들이 즐겨 먹는 코오리 아즈키라는 팥빙수 비슷한 빙과가 있는데 한국에 와 보니 한국 젊은이들이 이를 즐겨 먹더라구요. " 후카노가 팥빙수의 역사에 관심을 갖게 된 이유다.

"한국.일본 뿐 아니라 동아시아 여러 나라에 팥빙수류의 얼음과자가 존재한다" 는 그는 대학원 석사논문으로 한국과 일본의 팥빙수를 동아시아 전체 문화권과 연계해 연구할 계획이다.

도쿄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후카노가 한국을 처음 접한 것은 '메이드 인 코리아' 가 적힌 불꽃놀이 장난감. 10살이 채 안된 나이였지만 불꽃을 뿜어대는 장난감을 가지고 놀며 한국이라는 나라가 머리속에 깊게 자리잡았다.

이후 한국전쟁, 5.16, 광주민주화운동 등에 관한 얘기를 들으면서 한국 하면 '무기' 나 '전쟁' 이 떠올랐다고 한다.

그러나 1988년 서울올림픽을 보고 한국에 대한 인상이 바뀌었다.

93년 소니사에 입사, 6년간 근무하면서도 한국에 대한 관심은 사라지지 않았다. 결국 97년 호기심을 실천으로 옮기기로 결심, 한국행 비행기에 올랐다.

지금은 한국어를 유창하게 구사하지만 그도 처음엔 연세대 어학당에서 떠듬떠듬 한국어를 익혔다.

이후 그는 자신처럼 한국에 잘 적응하려는 외국인들을 위해 한국 종합정보사이트 '후카노의 홈페이지(http://www.members.iworld.net/fukano)' 를 만들었다.

"한국에 대해 궁금해 하는 일본인들이 꽤 많더라구요. 하루에 1백여명 정도가 홈페이지를 방문하며 그 중에는 서양인들도 많아요. "

후카노의 홈페이지 첫 화면엔 남산에서 내려다 본 서울과 광화문 등 한국의 관광지 사진들이 뜬다. 남북정상회담 관련 소식도 올려놓는 등 그의 한국 사랑이 듬뿍 묻어 있다.

후카노는 최근 서울대에 다니는 외국인 학생들을 위한 홈페이지를 제작하는데 열중하고 있다. 이를 통해 한국에 있는 외국인들의 불편한 점들에 대해 '선배' 로서 조언해 주고 한국을 잘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줄 생각이다.

일본 NHK라디오의 월드 네트워크 프로그램에서 한국 통신원으로도 활약하고 있는 그는 지난 97년부터 사귀어온 한국인 여자친구와 결혼할 계획이다.

가능하면 사랑하는 그녀와 한국에서 살고 싶다는 후카노는 "장인 장모에게 점수 딸 수 있는 방법 좀 알려달라" 며 해맑게 웃었다.

글.사진〓김승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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