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격] '제2의 여갑순' 강초현 금 명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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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1면

'제2의 여갑순' 강초현(18·유성여고3)이 여자 공기소총 본선 세계 타이 기록을 세워 시드니 올림픽 메달 전선에 청신호를 켰다.

강은 18일(한국시간) 미국 애틀랜타 울프 크릭 올림픽 사격장에서 벌어진 애틀랜타 월드컵 사격대회 여자 공기소총에서 본선 3백99점으로 세계 타이 기록을 세운 뒤 결선에서 100.6점을 추가,합계 4백99.6점으로 2위 카루소 에밀리(미국)를 0.1점차로 누르고 금메달을 따냈다.

김의 대표팀 파트너 최대영(19·창원시청)도 합계 4백98.7을 쏴 3위에 올랐다.

이로써 한국 사격은 김·최 '10대 콤비'를 앞세워 시드니 올림픽에서 8년만에 금메달에 도전할 수 있게 됐다. 최는 지난 4월 대표 1차 선발전에서 본선 4백점 만점(비공인 세계신기록)을 쏜 바 있다.

강초현의 신데렐라 탄생은 극적이고 감동적이다. 강은 지난 달 국가대표로 선발되는 과정에서 부터 가슴앓이를 했다.

두 명을 뽑는 선발전에서 강은 본선 합계 1천5백86점으로 최대영에 이어 2위를 했으나 국제대회 경험이 전혀 없다는 이유로 강에게 1점 뒤진 이선민(청원군청)에게 기회를 줘야 한다는 여론이 만만찮았다.

결국 대한사격연맹 강화위원회는 격론 끝에 강을 낙점했고, 강은 우승으로 주위의 우려를 보기좋게 날려 버렸다.

1m53㎝,45㎏의 가냘픈 체구에다 앳된 외모와는 달리 강은 매우 강인하다.

월남전에서 두 다리를 잃은 아버지를 매일 업고 다닐 정도로 효녀였던 강은 지난해 5월 사격에 한창 눈을 뜰 무렵 아버지를 잃는 슬픔을 당했다. 슬럼프에 빠진 강을 다시 일으켜 세운 사람은 유성여고 2년 선배인 윤정아(한체대2).

지난해 말 암 선고를 받고 고향에 내려온 윤은 암과 싸우면서도 후배들을 이끌고 훈련에 앞장서 강을 위로 격려했다.올해 초부터 강은 놀라운 기록 향상을 보였고 마침내 태극마크를 달게 됐다.

강의 8촌오빠이기도 한 유성여고 강재규 감독은 “초현이가 외부 환경에 전혀 흔들림없이 차분하게 쏘는 스타일이라 올림픽에서 좋은 성적을 기대해도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영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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