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공항 시공회사등 감리원 지적 무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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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총공사비 7조원의 영종도 인천국제공항 건설현장엔 현재 시공회사만 4백여개에 1만3천여명이 투입돼 있다.

이들 공사현장을 23개 감리단, 6백여명의 감리원이 감독.감리하고 있다.

감리단은 공사 품질에 대해 전적인 책임을 진다. 시공회사의 공사품질을 낱낱이 살펴 잘못 시공된 부분이 있으면 시정을 요구하거나 공사중지까지 요청할 수 있다.

시공회사는 시공방법.자재사용 등에 대해 감리원과 협의해야 하고 지시에 따라야 한다.

공항공사(公社)는 감리단과는 별도로 35명으로 구성된 품질안전팀을 두고 건설과정 전반의 공사품질을 검증하고 있다.

공사 관계자는 "여기 저기 보는 눈이 많아 부실하게 하면 금방 탄로난다" 며 "문제가 생기면 스스로 챙길 수 있는 품질관리시스템" 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그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는 징후가 이미 여러 차례 나타났다.

그동안 시공 관계자들의 '부실 공사 증언' 이 잇따랐고, 지난해엔 감사원이 여객터미널 철골구조 공사 부실을 지적한 바도 있다.

이번 정태원씨의 양심선언도 공사 품질관리시스템의 허점이 그대로 드러난 사례로 볼 수 있다.

사건은 시공회사가 감리원의 지시를 묵살한 데서 촉발된 것으로 보이지만 그 과정에서 '감리원의 항의에 귀 기울이지 않은' 공사(公社)의 무성의도 한몫 했을 것으로 보인다.

공사현장에선 공기(工期).예산의 압박을 받는 시공회사측과 '사정이야 어떻든' 품질을 확보하려는 감리단측이 수시로 마찰을 일으키는 게 상례다.

이들의 의견이 대립하는 경우 시공회사는 감리원의 의견을 적극 반영하기보다는 무시하거나, 그게 정 안되면 외부 전문가에게 자문한 뒤 시공회사에 유리하게 처리하는 방식을 쓰는 게 우리 건설현장의 현주소다.

신공항은 실제로 국내 최초의 대규모 공사인데도 경험이 별로 없는 시공회사들이 자재선정에 시행착오를 겪으며 시공을 했다.

특히 최근엔 준공일자가 다가오면서 무리한 시공을 거듭한 것이 아니냐는 의문도 있다.

공사측은 정태원씨의 증언에 대해 "대부분 사실이 아니다. 이미 결함을 발견해 중간조치 과정에 있다" 고 즉각 반박하고 있다.

그러나 "그보다는 건설현장 내부의 감리시스템이 제대로 작동되고 있는지 살펴보는 게 더 시급하다" 는 전문가 지적을 공사 관계자들이 귀담아 들어야 한다.

음성직 수석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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