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키나와 G8 정상회담] 각국의 입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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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미국.러시아 등 주요국 정상들에게 G8 정상회담은 자신들의 외교역량을 유감없이 발휘할 수 있는 무대다.

이번 오키나와 회담도 예외는 아니어서 각 정상들은 대화와 설득을 통해 산적한 국제문제를 풀어나갈 전망이다.

◇ 미국〓임기말 빌 클린턴 미 대통령은 중동 평화협상을 중재하는 등 외교현안 해결에 강한 집념을 보이고 있다. 이번 오키나와 회담도 미국의 리더십을 재확인하는 자리로 만들고 싶어한다.

그는 미국 대통령으로선 1960년 드와이트 아이젠하워 대통령에 이어 40년 만에 오키나와 땅을 밟는다. 오키나와가 일본에 반환된 이후로는 첫 방문이 된다.

클린턴은 반미감정이 뿌리깊은 오키나와 주민과 직접 대화를 통해 좀처럼 가닥이 잡히지 않는 후텐마(普天間)공군기지 이전문제 등을 설득할 예정이다. 그는 세계 제2차대전 당시 희생된 오키나와 주민의 위령비도 방문할 계획이다.

◇ 러시아〓취임 2개월을 갓 넘긴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이번 오키나와 회담을 통해 본격적인 국제 외교무대에 데뷔하는 셈이다. '강력한 러시아' 부활을 내건 푸틴은 최근 발표한 신러시아 기본지침을 각국 정상들에게 설명하고 지원을 호소한다는 계획이다.

또 이번 회담을 전후해 중국과 남북한을 차례로 방문키로 한 데서 엿볼 수 있듯 국제무대에서의 영향력과 대국으로서의 존재감을 최대한 과시한다는 전략이다.

◇ 일본〓잇따른 실언으로 인기가 바닥권으로 떨어진 모리 요시로(森喜朗)총리에겐 이번 회담이 자질시비를 잠재울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주최국으로서 회담을 성공적으로 이끌어 나가는 행정능력과 주요국 정상들과 어깨를 겨룰 수 있는 외교능력을 인정받아 정권기반을 다질 수 있기 때문이다. 총리 취임 직후 회담 참가국들을 잇따라 방문하며 사전 정지작업을 펼친 것도 이같은 인식에서다.

모리 총리는 정보혁명.유전자 변형기술 등 신기술 분야를 일본의 재도약으로 연결시키기 위한 외교에 힘을 기울인다는 각오다.

◇ 유럽〓자크 시라크 프랑스 대통령은 유럽연합(EU) 의장국으로서 EU개혁의 당위성을 설명하고 지지를 호소할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를 제외한 서방7개국 가운데 유일하게 북한과 국교를 맺은 이탈리아의 줄리아노 아마토 총리는 취임후 정성을 쏟아온 독자 외교노선을 설명한다는 계획이다.

예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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