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로·왜가리떼 안식처 된 '감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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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사람의 발길이 잘 닿지 않는 교도소의 숲이 백로.왜가리.해오라기 등 조류들의 집단 휴식처로 사랑받고 있다.

무안군 일로읍 월암리 목포교도소 안에 있는 1천여평의 소나무 숲은 요즘 중백로.새백로 등 백로떼가 날아와 한 여름 녹음(綠陰)에 흰눈이 쌓인 것 같은 모습이다. 이 소나무 숲은 일반인은 물론 재소자의 출입이 금지된 구역으로 직원들이 가끔 산책을 할 뿐 인적이 드문 곳이다.

특히 미꾸라지.붕어.우렁 등 먹이가 풍부한 영산강과 복룡리 연꽃 방죽이 가까와 조류들이 머물기에 알맞은 곳으로 평가받고 있다.

교도소에서 10여㎞ 떨어진 무안읍 용월리 백로 집단 서식지(천연기념물 지정지역 211호)에서 2년 전부터 날아들기 시작한 백로떼는 현재 1천여마리에 이른다.

김남수 조류보호협회 목포지회 이사는 "서해안 고속도로 공사로 집단 서식지의 환경이 나빠지면서 백로떼가 '안전지대' 인 교도소 소나무 숲을 휴식처로 삼고 있다" 며 "개체 수 등에 대한 정밀 조사를 벌일 계획이다" 고 밝혔다.

또 신문식 목포교도소 서무과장은 "삭막한 교도소를 편안하고 안전하게 쉴 휴식처로 여기는 백로떼를 진객으로 여긴다" 며 "수감자들의 정서함양에도 좋은 영향을 미칠 것" 이라고 말했다.

구두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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