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과 9범 신학도 '십자가' 메고 고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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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서울 장로교 총회신학교 3학년인 김영묵(金永默.49)씨는 12일 오전 7시 십자가를 메고 7백㎞를 순례하는 고행길에 올랐다.

金씨는 이날 부산시 해운대구 반송동 변화산 기도원을 출발해 다음달 10일 서울에 도착하게 된다.

오른쪽 어깨에 통나무로 만든 십자가를 메고 한달간 '십자가 도보여행' 에 나선 것이다. 십자가는 가로 1m.세로 2m의 크기에 무게가 20㎏으로 배낭 무게를 합치면 30㎏을 지고 7백㎞를 걷는 셈이다.

전과 9범인 金씨는 29세 때 처음으로 교도소 문을 밟은 뒤 20년 동안 교도소와 감호소를 안방 드나들 듯 했다.

"1993년 청송교도소 내 예배에 우연히 나갔다가 깨달음을 얻고 신앙인이 되기로 결심했습니다. 지난해 6월 출소해 본격적인 신앙생활을 시작했습니다. "

金씨는 지난해 7월 경북 청송군 진보면에서 서울까지 길이 3m.무게 20㎏짜리 십자가를 지고 보름간 참회의 대장정을 벌였었다.

"지난해 고행이 나 자신의 과거를 뉘우치고 허물을 벗기는 작업이었다면 이번은 다른 사람을 위해 희생하겠다는 의미입니다. "

金씨의 꿈은 청소년 선도사업. 이 사업을 제대로 하려면 선도자 스스로 고난을 많이 체험해 봐야 한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이번 고행도 청소년 선도사업을 위한 준비과정이라는 설명이다.

김관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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