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벗과 함께 즐기는 구수한 차 향기

중앙일보

입력


“이 차 한 번 마셔보세요. 단맛이 있어 입에 침이 고이고 목 넘김이 부드럽죠?” 운여(雲如) 김명익(61)씨가 웃는 얼굴로 차를 권한다. 차와 음식 나누기를 좋아해서일까. 다인(茶人)의 집은 늘 사람들로 북적거린다. 30여 년 간 자신의 집에서 차 강좌를 열고 있는 김씨는 “가까운 이들과 함께 마시기에 차만한 것이 없다”며 “그저 자연을 벗삼아 편하게 마시면 된다”고 말한다. 특히 보이차·말차·우롱차는 겨울철 몸을 덥히기에 더할 나위 없다. 커피처럼 차를 내리는 기술이 따로 필요하지 않아 더욱 매력적이다.

마음 가는 대로 마시는 보이차

보이차는 이미 알려진 항암효과 외에도 콜레스테롤 수치와 고혈압을 낮추고 혈당·당뇨에도 효과가 있다. 지방질 분해 효능이 있기 때문이다. 심장과 신장 대사를 촉진해 심부전증·전립선에도 효과가 높다. 숙취에도 좋다. 보이차는 생차와 숙차로 나뉜다. 생차는 찻잎을 자연 상태에서 오랜시간 발효시켜 만든다. 숙차는 인공적으로 발효시킨 차로, 찻잎에 물을 붓고 섭씨 40도 이상의 고온에서 45~50일 숙성시킨다. 숙성될수록 향과 맛이 좋아진다는 점에서 와인과 같다. 오랫동안 보관하면 차 안에서 자연적으로 벌레가 생기기도 한다. 이런 차를 충시차라 부른다.

보이차는 주전자·숙우(차를 우려내기에 적당한 온도로 식히는 그릇)·찻잔만 있으면 즐길 수 있다. 우선 주전자와 찻잔에 물을 부어 씻어낸다. 주전자의 1/4 정도로 찻잎을 채우고 섭씨 95~100도의 뜨거운 물을 붓는다. 차는 숙우에서 우려내지만 숙우가 없으면 주전자를 써도 괜찮다. 첫 잔은 버린다. 이는 찻잎을 따뜻한 물에 풀어줘 고유의 맛과 향을 내기 위한 과정으로 세차(洗茶)라고 부른다. 다시 물을 붓고 3~4초 간 기다린 후 우려낸다. 자칫 차 맛이 떨어질 수 있으므로 우려내는 시간이 너무 길지 않도록 한다. 찻잎은 한 번에 20~30번 우려낼 수 있다. 김씨는 “집에서 차를 마실 때 모든 것을 다 갖출 필요는 없다”며 “비싸고 좋은 차를 마셔야 한다는 생각을 버리고 마음 가는 대로 즐기라”고 전했다.

피부노화를 막아주는 말차

말차는 차나무잎을 그대로 볶아 모양이 변형되지 않은 찻잎을 갈아서 만든다. 장을 따뜻하게 해줘 변비가 있는 사람에게 추천할 만하다. 위장 장애로 인한 피부 트러블과 피부 노화도 막아준다. 찻잎을 갈아서 만들었기 때문에 차에서 나는 떫은 맛이 사라지고 비타민·토코페롤·섬유질 등의 영양소가 몸에 빠르게 흡수된다. 차를 마실 때는 다완(가루차 마실 때 사용하는 사발)·차시(차수저)·차선(차사발에 찻가루를 넣고 휘저을 때 사용하는 도구)을 준비한다. 다완과 차선은 뜨거운 물로 씻어준다. 차시로 다완에 한 스푼 반 정도 차를 푼다. 차의 양은 기호에 따라 조절하면 된다. 뜨거운 물 반 컵을 붓고 차선을 앞뒤로 빠르게 움직여 거품을 낸다. 어느 정도 걸쭉해지면 차선을 살짝 들어 잔거품을 없애고 마신다.

간편하게 즐길 수 있는 우롱차

우롱차는 녹차와 홍차의 중간 성질을 가진 반발효차로 간편하게 마실 수 있다. 반발효차는 찻잎의 녹색이 약간 남아 있는 상태로 발효가 될수록 찻잎은 검게 변한다. 다관(차를 끓여 담는 그릇)에 찻잎을 반 정도 넣고 섭씨 90도 이상의 뜨거운 물을 부어 바로 우려내면 된다. 뜨겁게 마실수록 제 맛이 난다.

우롱차에도 생차와 숙차가 있다. 일반적으로 마시는 차는 숙차다. 찻잎은 햇볕 아래서 일단 시들 정도로 말린 후 실내에서 남은 수분을 제거한다. 완전히 마른 잎은 다시 4~5초 간 볶아 준다. 이 과정에서 효소작용이 억제되고 향이 증가한다. 볶은 찻잎을 건조하면 향이 오래 보존된다. 건조시킨 찻잎을 반발효시킨다. 발효 과정에서 카테킨이 다른 물질로 변하기 때문에 카테킨 함유량이 녹차보다 30~40% 가량 적다.

차의 다이어트 효과를 보고 싶은 사람에게는 우롱차가 제격이다. 우리 몸의 지방대사 기능을 활성화해 비만 억제 효과가 우수하다. 하루에 세 컵 이상 마시면 아토피성 피부염도 완화할 수 있다. 차액이 갖고 있는 특유의 향은 미각 기능을 돋워준다.

운여 김명익 씨 = 보이차, 요리하기, 집꾸미기를 좋아한다. 여럿이 함께 차 마시기를 즐긴다. 저서로 『풍류식객 김명익의 일상다반사』가 있다. 홈페이지(www.woonyeo.com)에서 차 소식을 전하고 있다.

< 신수연 기자 ssy@joongang.co.kr >

< 사진=김경록 기자 kimkr8486@joongan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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