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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동네 안전 우리가 지킨다” … 35개 모든 마을에 CCTV 설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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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15일 오후 5시 충북 진천군 초평면 용정리 초평천 제방. 1t 트럭이 멈추더니 운전자가 알루미늄 새시 등 100㎏ 정도의 건축 폐기물을 버리고 황급히 사라졌다. 이 장면은 제방에서 10m쯤 떨어져 있는 방범용 CCTV(폐쇄회로TV)에 촬영됐다. 용정리 이장 이충호씨는 마을회관에서 CCTV와 연결돼 있는 모니터로 이 장면을 확인하고 경찰에 신고했다. 신고를 접수한 진천경찰서 초평파출소 최영식 경사는 “차량 번호와 범행 장면이 뚜렷해 폐기물 투기범을 전국에 수배했다”고 말했다.

초평면은 35개 마을에 주민 3800여 명이 벼농사를 짓고 사는 전형적인 농촌 마을이다. 최근 방범용 CCTV 161대를 설치했다. CCTV는 초평면과 통하는 주요 도로와 마을 입구 등 곳곳을 그물망처럼 감시한다. 부창마을 주민 이석희(64)씨는 “외지인이 자동차로 초평면을 지나면 CCTV에 10차례는 찍힐 것”이라고 말했다. CCTV 설치는 올 7월 초평발전협의회가 주도했다. 발전협의회 김문환 회장은 “치안 인력이 부족한 농촌에서 빈집털이, 농산물 절도, 폐기물 무단 투기 등 범죄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무인 방범체계 구축이 필요했다”고 말했다. 초평면 파출소에는 경찰 8명이 전부다. 초평면에서는 올 상반기에만 빈집털이 사건이 10여 건 발생했다.

CCTV 설치비용 1억5000만원은 마을발전기금으로 충당했다. 초평면은 2007년 인접 지역인 음성군 맹동면에 쓰레기매립장이 들어서면서 군으로부터 마을발전기금 명목으로 3년 안에 110억원을 받기로 돼 있다. 주민 정용수(50)씨는 “농번기에는 들녘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은데 도둑 걱정에 농사일이 손에 잡히지 않을 때가 많았다”며 “지금은 CCTV 덕분에 마음이 든든하다”고 말했다.

발전협의회 사무실(45㎡)에는 관내 모든 CCTV와 연결되는 관제센터가 들어섰다. 관제센터에는 관리인(주민) 한 명이 상주한다.

CCTV 설치 효과는 이미 나타나고 있다. 11월 말 진암리 진동마을에서 고물수집상 A씨가 주인 몰래 물건을 가져갔다가 CCTV 설치 소식을 듣고 경찰에 자수했다. 이 지역 대학생인 임현희(20·여)씨는 “사람 통행이 적은 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릴 때는 무섭기도 했으나 요즘은 그런 걱정을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진천경찰서 남승기 서장은 “전국 면 단위 가운데 최초로 CCTV 관제센터를 연 초평면은 치안 문제를 크게 덜게 됐다”고 말했다.

진천=김방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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