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고 또다시 전쟁 먹구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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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발칸반도의 모자이크 국가 유고연방이 또 다시 분열될 위기에 처했다. 소련.동유럽 사회주의권 붕괴의 거센 파도가 밀어닥친 1991년 전만 해도 유고는 6개 공화국.2개 자치주를 거느린 대국이었다.

91년 6월 슬로베니아와 크로아티아가 독립을 선언한 데 이어 92년 1월 마케도니아가 독립을 선언했다. 같은해 3월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가 독립을 선언, 3년8개월동안 피비린내 나는 내전을 치렀다.

98년 코소보에서 유혈사태가 발생하자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는 지난해 3~6월 대공습을 가해 코소보에서 유고세력을 몰아냈다.

이로써 유고는 2개 공화국(세르비아.몬테네그로).1개 자치주(보이보디나)의 소국으로 전락했다.

이번 분열 위기는 몬테네그로의 독립 움직임에서 비롯했다. 몬테네그로는 그동안 세르비아와 '형제국가' 관계를 유지해왔다.

과거 유고사태에서 보아왔던 민족.종교적 갈등요인은 찾을 수 없다. 민족도 서로 같으며, 같은 언어를 사용한다. 종교 역시 같은 동방정교다.

두 공화국 사이가 벌어진 직접적 이유는 슬로보단 밀로셰비치 유고대통령의 존재다.

극단적 세르비아 민족주의자인 밀로셰비치의 독단적인 행동으로 유고가 유럽 문명사회에서 야만국가 취급을 받으면서 몬테네그로 역시 따돌림을 당하자 연방 잔류에 회의를 갖게 된 것이다.

몬테네그로가 독립을 추진한 것은 97년 가을부터다. 새로 대통령이 된 밀로 주가노비치는 '서방복귀' 를 선언했다.

이때부터 몬테네그로는 세르비아와 불편한 관계를 유지해왔다. 지난해 나토 공습땐 몬테네그로 출신 유고군 병사를 코소보에 파견하는 것을 반대했다.

지난해 11월엔 독일 마르크를 유고 디나르와 함께 공식화폐로 채용했다. 현재 몬테네그로에서 디나르는 더 이상 통용되지 않는다.

이같은 상황에서 최근 '사건' 이 발생했다. 지난 6일 유고 연방의회는 헌법을 개정해 지금까지 의회 간접선거로 선출했던 연방대통령을 국민 직접선거로 선출토록 했다.

이로써 내년 7월 임기가 끝나는 밀로셰비치는 대통령에 다시 출마할 수 있게 됐다.

이와 함께 연방의회는 세르비아와 몬테네그로가 절반씩 나누던 상원 의석(40석)을 인구비례로 선출하도록 했다.

이 방식을 따를 경우 몬테네그로는 인구 68만명으로 1천50만 인구의 세르비아에 절대적으로 불리하다. 몬테네그로는 14일 의회를 소집, 신헌법을 거부할 예정이다.

그러나 몬테네그로가 독립을 이루기까지는 넘어야 할 고비가 많다. 세르비아가 순순히 독립을 허용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특히 몬테네그로에 주둔 중인 1만5천명 유고연방군은 가장 큰 걸림돌이다. 3천명에 불과한 몬테네그로 경찰력과 무장 민간인들로 이들을 대적하기란 불가능에 가깝다.

이와 함께 양분(兩分)된 국론도 문제다. 30~35%는 독립에 찬성인 반면 35%는 반대 입장이어서 최악의 경우 내전 발발 가능성도 있다.

몬테네그로가 '유럽의 화약고' 발칸반도의 새로운 발화점이 될지 세계는 주목하고 있다.

정우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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