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 과로사 회사가 배상" 판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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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근로자가 과중하게 회사일을 하다 과로로 숨졌다면 회사측에 손해배상 책임이 있다는 판결이 나왔다.

과로사의 경우 산업재해로 인정돼 유족들이 산재보상법에 따라 보상금을 받게되지만 회사측에 과중하게 일을 시킨 책임을 물어 배상까지 하게한 판결은 매우 이례적이다.

서울지법 민사9부(재판장 尹榮宣 부장판사)는 10일 H중공업에 근무하다 1997년 과로로 숨진 李모(당시 43세)씨 유족들이 회사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회사는 유족들에게 8천여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李씨가 사망 몇달전 당뇨와 심장질환이 있다는 건강진단 결과가 나와 회사도 이를 알고있었는데도 이를 고려하지 않고 무리하게 국내·외로 출장을 보내 李씨의 건강을 악화시킨 만큼 배상책임이 있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이어 “회사는 근로자가 과로성 질환에 걸리지 않도록 근로시간과 휴일 휴가 건강진단 등에 관한 노동관계 법규를 준수하면서 한 사람에게 업무가 집중되지 않도록 배려해야할 의무가 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또 “근로자에게 질병의 우려가 있을 때에는 일을 줄이는 등 과로성 질환 예방에 노력해야 한다”고 밝혔다.

81년 전기기사로 입사한 李씨는 97년 2회 연속 장기 중국출장을 다녀온 뒤 곧바로 업무 강도가 높은 국내 공사장 현장소장으로 파견됐다. 그러다 다시 중국 출장을 위한 본사 복귀 명령을 받고 현장 근로자들과 회식을 하던 중 심장마비로 숨졌다.

유족들은 근로복지공단으로부터 李씨 사망을 업무상재해로 인정받아 지난해 유족보상금 1억여원을 지급받았었다.

이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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