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업체, 화학무기 원료 시안화나트륨 북한에 수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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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학무기의 일종인 신경작용제로 쓰일 수 있는 한국산 시안화나트륨(청화소다) 107t이 중국을 통해 북한에 수출된 사실이 확인됐다. 중국 단둥(丹東)의 중국 무역업체를 통해 북한에 이 물질을 수출한 국내 업체는 지난 1월 법원에서 유죄판결을 받은 것으로 밝혀졌다.

또 말레이시아에 수출된 국내산 시안화나트륨 15t이 지난 8월 북한으로 재수출된 사실도 추가로 확인돼 정부가 수출업체를 조사 중이다.

산업자원부는 24일 "국내 무역업체 A사가 지난해 6월부터 9월까지 107t의 시안화나트륨을 수출허가 없이 중국 단둥의 Y사로 수출했으며 다시 Y사가 이를 북한의 B무역상사에 재수출한 사실을 적발했다"고 밝혔다. A사는 산자부의 전략물자 수출허가를 받지 않은 채 일반 물품으로 속여 관세청의 통관절차를 거쳤던 것으로 드러났다.

산자부는 지난해 9월 이 같은 사실을 파악하고 같은 해 10월 이 업체를 대외무역법 위반 혐의로 검찰(대구지검)에 고발했고, 법원은 이 업체의 대표에 대해 지난 1월 징역 1년6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산자부 관계자는 "중국 Y사와 한국 A사가 주고받은 팩스문건에 화물인수자가 'DPRK(북한)'로 명시돼 있어 이 물질이 북한에 수출된다는 사실을 A사 측이 알고 있었던 것으로 법원이 인정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산자부는 또 지난달 말레이시아 E사가 북한에 수출한 40t의 시안화나트륨 중 한국산이 15t 포함돼 있다는 정보를 입수해 사실 여부를 확인 중이라고 밝혔다.

이 두 사례는 지난 5월 태국을 통해 북한으로 재수출되던 중 적발된 사건과는 무관한 것들이다.

이처럼 전략물자 수출에 구멍이 뚫리자 산자부는 전략물자의 제3국 경유 불법수출을 막기 위해 내년 2월까지 '전략물자 수출입 관리정보 시스템'을 구축하기로 했다. 한편 한나라당 송영선 의원이 입수한 관세청 자료에 따르면 1998년부터 지난해까지 중국으로 수출된 시안화나트륨은 7만3925t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 시안화나트륨=청산나트륨.청산소다.청화소다 등으로 불리는 무색의 물질(t당 100만원선). 주로 각종 강철의 열처리.제련.도금 등 공업용으로 쓰이지만 산에 의해 분해되면 독성이 강한 가스인 시안화수소(청산.HCN)를 발생시킨다. 소량으로도 인체에 치명적인 타격을 주는 신경작용제 '타분'을 만드는 원료로 사용될 수 있다.

장세정.고정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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