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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한국사 자료수집 전담기구 시급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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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해외에 있는 한국사 자료를 수집하는 전담기구 설치가 시급하다. 이를 위해 정부가 나서야한다. "

7일 국사편찬위원회(국편)가 주관하고 중앙일보 통일문화연구소.한국사학회가 공동주최한 국제학술회의(세종문화회관 컨퍼런스홀)에서 신복룡(申福龍.건국대)교수는 이 점을 강조했다.

'해외 소재 한국사 자료의 현황과 수집.이전방안' 을 집중 논의한 학술회의에서 申교수는 "역사의 지평을 넓히고 한국현대사의 전체 모습을 정확히 규명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먼저 미국.일본.중국.러시아 등 해외자료들을 폭넓게 수집해야 한다" 고 지적했다.

이성무(李成茂)국편위원장도 "국내자료만 갖고 민족사를 복원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며 "해외 소재 한국사 자료는 외교정책을 비롯한 국가정책을 수립하는 데도 귀중한 참고자료가 된다" 고 강조했다.

문제는 해외자료를 누가, 어떻게 수집하느냐는 것이다. 그동안 예산이나 전문요원의 확보면에서 극히 빈약했던 해외자료 수집사업조차도 ▶사업주체의 부재에 따른 중복수집과 외화낭비 ▶수집된 해외자료에 대한 파악 실패 등의 문제점을 드러냈다.

申교수는 "일본의 경우 국회가, 그리고 서독은 국립현대사연구소가 해외자료 수집을 전담한다" 며 "우리나라는 오랫동안 국내외 자료수집 노하우를 갖고 있는 국사편찬위원회로 창구를 일원화하는 게 바람직하다" 고 말했다.

그는 또 ▶수집된 해외자료 파악 및 데이터 베이스화 ▶전산망 구축.마이크로필름화 ▶활용 방안 마련 등의 단계적 작업을 제안했다.

예산 확보도 중요한 과제다. 국편.국회도서관.국방군사연구소 등 국내 7개 기관의 올해 수집예산은 모두 합해 3억4천6백만원. 국편을 제외한 나머지 기관의 예산 총액은 국편 한 기관에도 못미치는 1억6천6백만원에 불과하다.

김광운(金光雲.국편)박사는 이날 발표에서 "얼마 안되는 수집예산 가운데 국제학술회의 개최 비용과 수집자료 정리비 등 제반 비용을 제외하면 실제 수집비는 얼마 안된다" 고 말했다.

일본의 경우 2차대전 직후 일본을 지배한 미군정(美軍政)문서들을 수집하는데만 지난 1978년부터 90년까지 13년간 2백50만 달러(약30억원)를 투입했다.

金박사는 "최근 노근리사건이나 한.일 어업협상 등 21세기 대외분쟁을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은 무력동원이 아닌 자료동원" 이라며 "해외에서 빠르게 소멸되고 있는 한국사 자료들을 하루빨리 확보하기 위해 수집비를 과감하게 증액해야 한다" 고 주장했다.

전문인력 부족도 해외자료 수집의 장애물로 꼽힌다. 申교수는 "병역 특례자 중에서 고학력의 공익요원을 차출해 일정한 수련과정을 거친 다음 자료복사요원으로 해외에 파견" 할 것을 제안했다.

수집자료들을 관리하는 인력 양성도 시급하다. 지난해 5월 명지대가 '한국기록관리학교육원' 을 개원해 이제 겨우 기록관리 인력 양성에 첫발을 내디뎠다.

그러나 프랑스.독일은 1821년부터 기록관리관을 양성하기 시작했고, 중국도 1989년 29개 대학에 기록관리요원 양성과정을 마련한 점에 비추어 한국도 이같은 교육과정 마련이 시급하다고 발표자들은 지적했다.

한편 리처드 보일런 미 국립문서보존소 수석문서관리관은 이날 회의에서 "한국전쟁자료 수백만장이 문서보존소에 보관돼 있다" 고 밝혔다.

이동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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