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선의원들 "진보"로 중진과 차별 시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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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남북관계에 여야 초선 의원들의 진보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보수적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중진 의원들과의 차별화를 시도하는 것이다. 이들은 국가보안법.북한 방문 등과 같은 예민한 사안들에 대해 거침없이 자신들의 주장을 편다.

이들은 여야 연대를 통해서라도 자신들의 입장을 관철하겠다는 의사까지 밝히고 있다.

한나라당 안영근(安泳根.인천 남을).정병국(鄭柄國.가평-양평), 심규철(沈揆喆.보은-옥천-영동)의원은 4일 오전 의원회관에서 모임을 열었다. 전날 의원 연찬회에서의 보.혁 논쟁에 대한 나름대로의 입장정리를 위해서였다.

모임을 마치고 安의원은 "우리의 주장이 국민적 합의와 이해를 구할 수 있는 내용들이라고 본다" 며 "계속 추진키로 했다" 고 밝혔다. ▶국가보안법 폐지▶비전향 장기수의 조건없는 북송▶납북 어민 생사 확인을 위한 방북 신청▶한나라당과 조선노동당의 대화채널 구축 등을 밀어붙이겠다는 이야기다.

연찬회에서 이들의 주장은 이회창(李會昌)총재의 즉석 표결 제안으로 부결됐지만 개의치 않겠다는 것이다. 이들은 "총재는 물론 부총재단과 원내총무.사무총장 등을 다각적으로 설득할 것" 이라고 말했다.

한나라당 소장 의원들은 5일로 예정된 '미래산업연구회' 창립총회에서 남북문제를 거론할 예정이다.

민주당 내 초선 의원들도 독자적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김민석(金民錫.서울 영등포을), 정범구(鄭範九.고양 일산갑), 김성호(金成鎬.서울 강서을), 장성민(張誠珉.서울 금천)의원은 이날 오전 조찬모임에서 국가보안법 철폐 문제를 논의했다.

김성호 의원은 "야당 내 젊은 의원들도 같은 생각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안다" 며 "입장이 정리되면 386세대 의원들간의 연대도 가능하다" 고 말했다.

그러나 역풍도 만만치 않다. 자민련 김종필(金鍾泌) 명예총재는 4일 낮 서울 여의도 한 음식점에서 사무처 당직자들과 오찬을 함께 하며 초.재선 의원들의 국가보안법 철폐 주장에 대해 "386은 정신차려야 한다" 며 "현실을 감안해야지" 라고 말했다.

한나라당 정창화(鄭昌和)총무도 "어제 연찬회를 마치고 일부 초선 의원들이 총재에게 '다수 의견을 따르겠다' 고 말했다" 며 "우리당 입장은 정리됐다" 고 못박았다.

이수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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