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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삶은 추웠지만, 작품은 따스하다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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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6호 06면

(왼쪽)‘검은 고양이’(1963), 테라코타, 45.2*43*16.2㎝, 서울 개인 소장(가운데)‘곤스케’(자소상)(1967), 테라코타, 33.5*22.3*21.5㎝, 안동림 소장(오른쪽)처음 공개되는 대학 졸업 작품 ‘나부’(1953년 1월께), 석고, 167*63.7*35㎝, 센나 히데오 소장

일본 도쿄 국립근대미술관은 10월 10일부터 12월 6일까지 한국 조각가 권진규(1922~73)의 작품전을 열었다. 일본을 제외한 아시아 작가로는 처음이었다. 그가 어떤 작가였기에. 그 이유를 묻는 질문에 내한한 마쓰모토 도루 부관장은 이렇게 말했다. “그는 불필요한 부분을 어떻게 생략하고 절제해야 하는지, 또 인간의 마음을 어떻게 표현해야 하는지 알고 있는 예술가였습니다.”

권진규 展, 12월 22일~2010년 2월 28일 서울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미술관, 문의 02-2188-6000

그는 1948년 일본으로 건너가 무사시노(武藏野) 미대의 전신인 무사시노 미술학교 조각과에서 공부했다. 59년 귀국 이후엔 테라코타(구운 점토)와 건칠(乾漆·불상 등을 만드는 데 쓰이는 옻칠 기법)을 주재료로 독창적인 작품 세계를 구축했다. 그의 작품 ‘지원의 얼굴’은 교과서에 수록돼 있을 정도로 유명하다.하지만 삶은 그리 순탄치 않았다. 생활고와 국내 조각계의 냉대에 시달리다 73년 전시회 준비를 마치고 돌아와 자신의 작업실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무사시노대 개교 80주년 기념전으로 기획된 이번 전시에서는 일본에서 처음 공개된 무사시노 미대 졸업 작품을 비롯, ‘지원의 얼굴’ ‘애자’, 자신의 모습을 만든 자소상(自塑像), 말(馬)과 소, 고양이 등 동물상, 구상과 추상이 혼재된 부조 등 100점의 조각과 40점의 드로잉, 1점의 석고틀 등 총 140여 점을 볼 수 있다. 88년 호암갤러리에서 열린 15주기 회고전 이후 최대 규모로 처음 공개되는 작품이 17점이다.

‘코메디’(1967), 테라코타 부조, 68*95*7.8㎝, 서울 개인 소장

또 그의 스승인 시미즈 다카시(淸水多嘉示·1897~1981)의 작품 12점과 시미즈의 스승으로 권진규에게 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친 E A 부르델(1861~1929)의 작품 5점도 함께 볼 수 있다. 덕수궁 입장료를 포함한 관람료 6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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