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사람] "JLPGA 대회 생생하게 중계해 드릴게요"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9면

"골프만 어려운 줄 알았는데 방송도 만만찮네요. 그렇지만 화면 속에 비친 내 얼굴을 보는 기분은 괜찮은 걸요."

일본여자프로골프협회(JLPGA)투어에서 활약 중인 프로골퍼 신소라(33)씨는 상기된 표정으로 이렇게 말했다. 그는 지난 3일부터 신규 골프채널인 J골프에서 JLPGA 투어의 해설을 맡고 있다. 은퇴한 선수나 티칭프로가 골프중계 해설자로 나서는 경우는 많지만 현역 프로골퍼가 해설을 맡기는 그가 처음이다.

"평소 주변 사람들과 이야기하는 걸 좋아해서 골프 해설을 해보겠느냐는 제의를 받곤 선뜻 받아들였어요. 그런데 예상보다 쉽지 않군요."

신씨는 "방송을 처음 해보니 다리가 부들부들 떨릴 지경이었고 시선도 어디에 둬야 할지 몰라 어색하기 짝이 없었다"고 털어놓았다.

그러나 주위의 평가는 다르다. J골프 조범희 PD는 "특유의 친화력과 깔끔한 용모가 방송 해설자로는 적임이다. 아직 세련되진 않았지만 현역 선수이기 때문에 현장 분위기를 누구보다 잘 안다. 선수들의 미묘한 심경 변화까지도 정확히 잡아낸다"고 말했다.

신씨는 일본 투어에서 뛰고 있는 구옥희.이은혜.이지희.신현주씨 등 동료 선후배 선수들은 물론 미야자토 아이.후도 유리 등 일본 정상급 프로들과도 친분이 각별해 그들의 플레이 스타일을 훤히 꿰고 있다.

신씨는 그러나 "해설 도중 동료 선수들의 특성이나 버릇은 가급적 밝히지 않으려 한다"며 "앞으로 깊이가 있으면서도 현장감 넘치는 생생한 해설을 기대해 달라"고 당부했다.

1990년 베이징 아시안게임에 출전, 단체전 금메달을 따낸 뒤 92년 JLPGA 투어에 데뷔한 그는 97년 토토 모토스 레이디스 토너먼트와 2002년 브리지스톤 레이디스 오픈에서 우승해 2승을 거뒀다. 용모가 빼어나 원조 '얼짱 골퍼'로 각광받기도 했다. 올해는 다음 주 후쿠오카에서 열리는 바날 레이디스 오픈 등 10개 안팎의 일본 대회에 출전할 예정이다. TV해설은 한국과 일본을 오가며 한 달에 두세 차례 맡는다. 특히 녹화 중계를 할 경우엔 자신이 출전한 대회를 직접 해설할 계획이다.

신씨는 "주위에선 '현역 선수가 TV 해설을 맡으면 골프를 제대로 할 수 있겠나' 하고 걱정하지만 내 생각은 다르다. 골프도 해설도 모두 잘해서 두 마리 토끼를 잡고 싶다"고 말했다.

글=정제원 기자, 사진=김태성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