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애니메이션등 한국시장 3차개방 '부푼 기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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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한국 정부가 27일 발표한 일본 대중문화 3차 개방에 따라 일본 대중문화업계가 장르별로 다양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애니메이션.가요.영화 프로모터들이 대부분 서울로 갔다. 시장조사를 위해서다. 이들은 이미 대중문화시장이 개방된다는 것을 전제로 꾸준히 시장을 조사해왔으며 이번에는 3차 개방시점에서 한국시장에 먹혀들 만한 작품이 무엇인지 최종 점검하고 있는 것이다.

우선 애니메이션의 경우 국제적인 경쟁력을 지닌 작품이 많지만 국제영화상 등을 수상한 작품으로 제한돼 해당작이 많지 않다.

현재로는 프랑스 안시 국제애니메이션 페스티벌에서 장편영화상을 탄 '붉은 돼지' 와 모스크바 청소년 영화제 아동영화부문 그랑프리를 차지한 '반딧불의 묘지' 정도가 꼽힌다.

'붉은 돼지' 의 경우 캐릭터들이 동양인도, 서양인도 아닌 '초(超)인종' 으로 묘사된 데다 스토리가 성인취향의 보편성을 지니고 있어 한국 영화관객에게 저항감 없이 어필할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제2차세계대전 말 한 고아 남매의 비참한 생활을 절절하게 그려낸 '반딧불의 묘지' 의 경우 일본인의 전쟁피해를 지나치게 부각해 한국에서는 상당한 논란이 일 가능성도 있어 배급사가 고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배급사인 도쿠마(德間)인터내셔널 측은 한국시장을 면밀히 조사해 상영작을 정할 계획이다.

이밖에 '요수도시(妖獸都市)' '신세기 에반겔리온' '우주전함 야마토' 등 흥행성 있는 작품들의 제작.배급사들은 한국진출을 4차 개방 이후로 미뤄두고 있다.

음반업체나 프로덕션들은 CD판매가 묶여 있어 직접 진출은 어렵다고 보고 있다.

일본 대중음악의 소비 사이클은 대대적인 선전공세→CD발매→지명도 정착→공연활동→CD판매 확산으로 이뤄지고 있다.

이 사이클을 제대로 타면 CD 하나를 수백만장씩 판매하는 것이 일본 음반업체들의 전략이다.

그러나 CD발매라는 중간 사이클이 끊기는 바람에 한국시장에서 일본 대중음악의 대량판매가 이뤄지는 데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고 있다.

물론 공연이 허용되기는 했으나 후속적인 CD판매의 뒷받침 없이 공연수입만으로는 공연비조차 건지기 어렵다는 인식들이다.

방송의 경우 NHK가 2001년 양국 가수가 한국에서 경연하는 음악제를, 2002년에는 아시아 각국 가수가 출연하는 생방송 공연을 기획 중이다.

한국에서의 방영은 미정이지만 개방의 진도상 내용에 따라서는 동시방송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드라마의 해외판매에 비중을 두고 있는 후지TV 등 일본 민방TV의 경우 당분간은 한국진출을 검토하지 않고 있다.

다만 TBS가 MBC의 자회사와 함께 드라마를 공동제작해 2002년 봄 동시방영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도쿄〓남윤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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