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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 금리는 내렸는데 이게 웬일…슬쩍 올린 대출이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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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1면

A은행과 5년째 거래해온 회사원 김모씨는 얼마 전 무심코 통장정리를 하다 깜짝 놀랐다.

2년 전 이 은행과 마이너스 대출 약정을 맺은 김씨는 2000만원을 대출받아 쓰면서 매달 14만원이 조금 넘는 이자를 물었는데 몇달 전부터 15만4000원씩 이자로 빠져나간 것을 발견했기 때문이었다.

김씨가 A은행 지점을 찾아가 확인한 결과 대출 때 8.5%였던 금리가 9.25%로 높아져 있었다. 김씨는 시중금리가 꾸준히 내리기만 했고, 직장이나 소득에 변동이 없었는데 어째서 금리가 올라갔느냐고 따졌다.

그러나 은행 직원은 1년 만기인 마이너스 대출은 만기를 연장할 때마다 신용상태를 재평가해 금리를 올리거나 내릴 수 있다는 답변만 되풀이했다. 김씨는 A은행과 거의 거래하지 않았고, 신용카드도 다른 회사 것을 쓰고 있기 때문에 신용등급이 떨어졌다는 것이다.

김씨는 최소한 만기 연장 전에 대출금리를 올린다는 사실을 알렸어야 하지 않느냐고 항의했지만 허사였다. 은행이 금리를 변경할 경우 한달간 영업점과 홈페이지에만 고지하면 고객에게 개별적으로 알려주지 않아도 되도록 대출 약관에 명시돼 있다는 것이다.

시중금리가 큰 폭으로 떨어졌지만 은행이 만기 연장이나 신용등급 재조정 등의 명목으로 개인 대출금리를 올린 사례가 적지 않다.

2001년 이후 대출의 85% 이상은 시중금리에 연동되는 변동금리가 적용됐다. 따라서 양도성예금증서(CD)나 국고채 등 기준이 되는 시중금리가 떨어지면 대출금리도 따라 내려가야 한다.

그러나 은행이 만기 연장이나 신용평가 시스템의 변경 등을 구실로 기준금리에 붙이는 가산금리를 시중금리 인하 폭보다 더 올려 결과적으로 대출금리가 오른 사례가 많다는 것이다.

은행이 대출금리를 올리는 이유는 다양하다. 일부 은행은 만기에 따라 일률적으로 0.1~0.2%포인트의 가산금리를 붙인다. 만기 1년짜리 대출을 연장하면 자동으로 대출금리가 올라간다는 얘기다.

신용평가 시스템의 변경으로 대출금리가 올라간 사람도 많다. 은행이 과거 5~7등급이었던 신용등급을 더 세분화하면서 대출금리의 차등을 확대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정부의 부동산투기 억제대책 이후 대출액이 연소득의 2.5배가 넘는 사람에겐 0.2%포인트의 가산금리가 일률적으로 부과되기도 했다. 급전 성격인 카드론을 갑자기 많이 쓰거나 이자를 연체해도 신용등급이 크게 떨어져 대출금리가 올라간다.

은행이 고객에게 대출금리 변동 사실을 적극적으로 알려주지 않기 때문에 대출받은 사람이 스스로 은행에 금리를 확인해볼 수밖에 없다. 지난해 4월부터 대출금리 인하 요구권 제도가 도입돼 대출금리가 부당하게 올랐거나 과거 높은 금리가 그대로 적용되고 있다면 금리를 낮춰 달라고 요구할 수 있다. 소득 상승, 승진, 전문자격증 취득 등의 경우엔 은행이 금리를 낮춰준다.

거래은행의 금리가 지나치게 높다고 판단되면 다른 은행으로 옮길 수도 있다. 다만 대부분 은행이 대출받은 지 9개월~1년 이내에 대출을 갚으면 1% 안팎의 중도상환 수수료를 물리기 때문에 어느 쪽이 유리한지는 잘 따져봐야 한다.

정경민.나현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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