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놈지도'사실상 완성-문답풀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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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세계 18개 지놈연구기관들에 의해 일제히 발표된 지놈프로젝트는 첨단 슈퍼컴퓨터들과 내로라 하는 유전공학자들이 동원된 대역사(大役事)였다.

이 기술은 향후 인류의 복지를 위해 쓰일 것이지만 어려운 과학기술의 집약인 만큼 세인들에게는 언뜻 와닿지 않는다.

지난 5월 22일부터 지놈 시리즈를 연재한 본지는 그동안 독자들로부터 들어온 질문 가운데 일부를 추려 알기 쉽게 정리해 본다.

<문> 전체 염기서열 중 90%만 밝혀낸 것인데 왜 인체지놈사업이 완성됐다고 발표하는가.

<답> 이번 발표는 인간 유전자를 구성하는 30억쌍의 염기서열 중 90%를 99.9%의 정확도로 밝혀내는 이른바 초안의 완성이다.

초안이 중요한 이유는 대부분 인간의 생물학적 특성을 규정짓는 유전자는 초안에 담겨 있기 때문으로 사실상의 완성으로 봐도 좋다.

나머지 10%는 염색체의 양쪽 끝부분에 위치한 의미없는 염기서열로 이들은 앞으로 4년 이내에 모두 밝혀진다.

<문> 사람 이외에 유전자가 밝혀진 생물은 무엇이 있는가.

<답> 지구상에 존재하는 모든 생물의 유전자는 네가지 염기로 구성된다. 이미 효모와 C 엘레강스란 선충류, 초파리의 유전자가 완전규명됐다. 현재 사람 외에도 쥐.돼지 등 동물은 물론 벼와 같은 식물, 헬리코박터와 같은 세균의 염기서열을 밝히기 위한 연구가 진행 중이다.

<문> 지놈연구의 완성으로 당장 실현이 가능한 혜택은 무엇인가.

<답> 질병진단 분야다. 유전자를 반도체칩에 수만개 이상 내장한 DNA칩이 대표적이다. 이 경우 장래 특정질환에 걸릴 확률을 미리 알아내 대비할 수 있다. 신약개발도 있다.

현재 15년 동안 3억달러에 달하는 신약개발의 기간과 비용이 지놈사업으로 밝혀진 유전정보를 이용할 경우 절반 이상으로 줄어들 전망이다.

<문> 이번에 발표된 유전자는 누구의 것인가.

<답> 인체지놈연구소의 연구결과는 12명의 혼합된 유전자로부터 무작위로 추출해 얻었다.반면 민간회사인 셀레라는 6명 각자에 대한 유전자의 염기서열이다.

대상자엔 인종간 차이를 고려해 흑.백.황인종이 모두 포함됐으며 사생활 보호를 위해 일체의 신원이 공개되지 않는다.

모든 세포는 핵 속에 30억쌍의 염기서열을 담고 있다. 이번 연구에선 여성은 혈액, 남성은 정자를 시료로 사용했다.

<문> 인체지놈사업의 완성으로 암은 완치될 것인가.

<답> 암을 치료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암은 수천개 이상의 유전자가 동시에 관여하며 환경적 요인도 크게 작용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암 유전자가 속속 밝혀지면서 특정암에 유전적으로 취약한 사람들을 가려낼 수 있는 진단기술이 10년 이내에 보편화할 것이다.

그러나 치료기술은 이보다 많은 시간이 걸릴 것이다. 낙관적인 학자는 20~30년 걸릴 것으로 보고 있다.

<문> 지놈사업으로 유전질환인 색맹도 치료할 수 있는가.

<답> 색맹을 유발하는 유전자가 X염색체에 있으며 지놈사업으로 이들의 염기서열이 모두 규명됐지만 이를 잘라내고 정상유전자를 정확하게 삽입하는 치료기술은 아직 요원하다.

게다가 색맹은 이미 망막 내 색소를 탐지하는 원추세포란 단백질이 합성된 상태이므로 자궁 내 수정란을 대상으로 치료하는 단계가 아니라면 정상유전자를 삽입해도 치료가 될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문> 발표를 빌 클린턴 미 대통령이 직접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답> 미국에선 과학적 연구결과도 정치인의 중요한 치적으로 평가된다. 보건분야에선 더욱 그러하다. 닉슨이 1971년 암헌장의 제정을 직접 발표했고, 부시가 미국정부 차원에서 뇌연구를 지원하기 위해 '뇌의 10년(decade of brain)' 을 선포한 것이 대표적 사례다.

<문> 미국정부와 셀레라사의 발표 중 어느 쪽이 옳은가.

<답> 연구방법이 서로 다르다. 셀레라사는 미 국립인체지놈연구소가 채택한 기존 분석방법과 달리 숏건이란 특유의 방법을 채택했다.

정확도 면에선 미국정부의 방식이, 속도 면에선 셀레라의 방식이 우월하다.

<문> 30억달러의 비용이 소요된 연구결과를 무료로 인터넷에 공개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답> 클린턴 대통령과 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는 4월 무료공개를 공식선언했다. 명분은 유전자는 인류 공동의 유산이므로 특정국가가 독점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공개해도 손해볼 것 없다는 자신감과 더 이상의 양보는 없다는 미국 등 선진국의 속셈이 깔려 있다.

공개된 염기서열을 이용해 인간에게 유용한 유전자나 단백질을 찾아낼 경우 특허가 인정되며 이 분야에서 미국이 가장 앞서 있다.

홍혜걸 의학전문기자.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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