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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ek& cover story] 한가위 철판 깔면 즐겁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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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도 옛날엔 그랬수. 추석을 손꼽아 기다리며 며칠 전부터 잠을 설쳤지. 어른들이 귀엽다며 연방 머리를 쓰다듬어 주셨어. 차례 지낸 뒤 고스톱 판에선 심부름만 잘하면 몇달 용돈 정도는 쏠쏠히 챙길 수 있었고. 그때가 그립지. 그런데 이젠 아니야. '일년 내내 한가위만 같아라'는 게 제일 싫은 말이 돼 버렸어. 지금은 추석이 아주 지긋지긋해."


"닭아, 너는 내 심정 아니?" 행여 취업 이야기가 나올까 청년 백수는 온가족이 모여 앉은 윷놀이판이 두렵기만 하다. 애꿎은 박 한번 찔러보고 닭 한번 쳐다보며 신세한탄을 해보지만…. 독자모델 김선복씨 가족과 최현규(지붕 위)씨가 고달픈 백수의 한가위를 연출했다.

누굴까? 민족의 명절이라고 모두가 들뜬 이때, 보름달빛 아래 그림자에 묻혀 신세한탄만 하고 있는 이들은. 올해도 TV에선 외국인들이 나와 노래하고, 지천명의 성룡이 여전히 화려한 액션을 보여주며 한층 분위기를 띄우지만 즐거운 추석은 영 남의 나라 이야기인 모양이다.

week&은 '추석이 두려운 사람들'을 찾아 나섰다. 그들은 비단 격무에 시달릴 며느리들만이 아니었다. '결혼하라'는 친척들의 잔소리로 악몽을 꾼다는 노처녀에서부터 취직 얘기 나올까봐 소화불량에 걸릴 지경이라는 백수까지…. '추석 증후군'에 시달리는 사람들은 도처에 있었다. 지난 명절의 아픔이 아직도 생생해 몇달 전부터 대책을 준비해 왔다는 이들에게서 '명절 무사히 넘기기' 노하우를 살짝 들어봤다.

한편 전국 1000여명의 며느리.백수.노총각.노처녀를 대상으로 '추석날 기피 인물', '가장 듣기 싫은 말' 등도 물어봤다. 만약 가족 중에 이런 자녀.조카가 있다면 설문 결과를 관심있게 지켜보시길…. 무심코 던진 말이 그들의 추석을 망쳐버릴 수 있으니 말이다.

따뜻한 배려로 종갓집 며느리.노처녀 시누이.백수 도련님 모두에게 즐거운 한가위가 되기를 기원하며….

글=김필규 기자<phil9@joongang.co.kr>
사진=권혁재 전문기자 <shotgun@joongang.co.kr>
장소=용인 한국민속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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