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총선 연립여당 패배 배경]

일본 정국에 파란이 예상된다.

개표결과 연립여당인 자민.공명.보수당의 안정 다수 확보를 장담하기 어려운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자민당의 의석수도 승패의 분기점으로 잡은 2백29석 전후로 전망된다.

따라서 자칫하면 모리 요시로(森喜朗)총리의 책임론도 불거져 총선 이후 정국이 난항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NHK의 출구조사 결과 자민당은 2백71석에서 40~50석을 잃어 단독 과반수 확보에 실패했다.

자민.공명.보수당의 여 3당(현 3백36석)은 국회 안정다수인 2백54석 안팎을 얻는데 그칠 전망이다.

여 3당이 과반수는 확보했지만 사실상 참패라고 할 수 있다.

반면 제1야당인 민주당은 현재의 95석에서 40~50석을 늘려 야권의 확실한 구심점으로 발돋움했다.

출구조사 결과로 보면 일단 여 3당의 정권 유지는 자민당 내 내분이 일어나지 않는 한 확실해 보인다.

그러나 자민당이 2백29석을 얻지 못하면 모리 총리의 재집권 여부는 불투명하다.

선거 직전과 선거유세가 벌어지던 와중에 터져나온 그의 실언이 선거결과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다는 여론이 당내에 팽배하기 때문이다.

당초 예상과 달리 '신의 나라' 발언은 반자민당 유권자의 표적이 된 것으로 드러났다.

그렇다고 출구조사 결과로만 볼 때 야당 연합의 새 정권이 탄생할 것같지는 않다.

민주당이 20석 전후의 공산당과의 연정에 반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선거는 지지 정당이 없는 무당파가 명암을 가른 것으로 보인다.

선거 1주일 전 실시한 언론사의 여론조사는 모두 자민당의 단독 과반수 확보, 여 3당의 3백석 전후 확보였다.

그러나 40% 전후의 무당파들이 대거 야당, 특히 민주당에 몰표를 던진 것으로 드러났다.

1998년 참의원 선거와 마찬가지로 사전 여론조사 결과가 여당에 불리하게 작용한 셈이다.

도쿄(東京).오사카(大阪)를 비롯한 비례대표에서 민주당이 대약진한 것은 무당파 덕분이다.

그러나 내각 지지율이 10%대로 곤두박질치고, 총리의 실언이 거듭됐는데도 자민당이 2백20석대를 확보한 것은 탄탄한 조직표 때문이라고 해야겠다.

무엇보다 농어촌지역의 자민당 조직은 난공불락이었다.

지역 공공사업 유치를 고리로 한 자민당 의원과 유권자의 유착은 예전 그대로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종교단체 소카가카이(創價學會)를 모태로 한 공명당의 조직표(7백50만표 추정)도 한몫 했다.

자민당은 공명당과의 선거협력을 통해 공명당 조직표를 거의 그대로 흡수한 것으로 전해진다.

선거구당 평균 2만여표는 당락에 결정적인 영향을 주었다.

선거 과정에선 일본 유권자의 뿌리깊은 보수 성향도 확인됐다.

시민단체의 낙선운동은 아무런 변수가 되지 못했다.

낙선 리스트에 오른 의원들은 오히려 큰 표차로 당선됐다.

게다가 2세 의원을 비롯한 세습후보들도 거의 당선됐다.

도쿄〓오영환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