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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약·정·시민단체 지상대담]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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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24일 긴급 여야 영수회담에서 약사법 개정에 합의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의료계에서는 "소기의 성과를 거뒀다" 며 환영하는 반면 약사회.시민단체측은 "정부가 의사들의 집단 행동에 굴복했다" 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이에 따라 국민 건강을 위해 7월 1일부터 시행하는 의약분업의 앞날이 불투명해졌다.

이에 중앙일보는 의협.약사회.정부.시민단체의 핵심 실무책임자 4명의 특별 지상대담을 마련, 각자의 입장과 갈등요인.해법 등을 진단해 보았다.

-약사법을 개정키로 한 영수회담에 대해.

▶元위원장=국민생명을 볼모한 의사들의 폐업에 정부가 굴복해 의사들의 무리한 요구를 모두 수용한 것이다. 지난해 의약분업 합의를 1년만에 완전히 무너뜨렸다. 사실상 의약분업은 결렬됐다고 본다.

▶金이사=영수회담은 의료계가 그동안 입법청원한 약사법 개정안을 7월 임시국회 내에 처리할 것을 약속한 것으로 환영한다. 7월 1일 의약분업 실시전까지 약사의 임의·대체조제 금지를 법적으로 처리하는데 시간이 걸린다는 것은 인정한다. 여·야가 의료계의 요구를 받아들인 것이기 때문에 수용키로 했다.

▶李국장=환자의 생명을 볼모로 한 의사의 집단 이기주의에 정부와 정치권이 굴복한 것으로 의약분업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파기한 처사다. 힘있는 집단에 의해 사회적 합의가 파괴돼 향후 의료개혁 등 각종 개혁이 위기에 처했다고 본다. 이제 집단이기주의를 제어할 명분과 힘을 잃고 말았다.

▶宋국장=지난 23일 당·정의 의약분업 최종조정안과 영수회담 결과를 비교해 볼때 약사법 개정 시기가 7월 임시국회로 빨라진 것외엔 전체 기조가 달라진게 없다. 당초 당·정은 3∼6개월 시행 후 문제가 나타나면 법개정을 하겠다는 것이었으나 영수회담에서는 개정 시기를 앞당기는데 합의했을 뿐이다.

-의협의 약사법 제39조 2항 한알 이상 판매 삭제 주장.

▶元위원장=이는 PTP(손으로 밀어서 꺼내는 약)/Foil(마이신처럼 뜯어서 꺼내는 약)포장도 낱알 판매를 하지 말라는 것이다. 예를 들어 우루사의 경우 1알씩은 안되고 무조건 한박스(30알)씩 팔라는 것인데 상식적으로 납득할 수 없다. 국민들이 불필요한 의약품을 과다구매하게 만들어 의약분업의 취지를 훼손하고 의료비 부담만 가중시키는 것이다. 결코 합리적인 근거에서 나온 게 아니다.

▶金이사=직접 포장·용기로 한가지 이상의 약품을 판매할 수 있다는 39조 2항은 개봉 판매를 금지한다는 39조와 정면으로 배치된다. 즉 2항을 인정하면 낱개로 판매하는 것을 용인하는 것이고 임의조제를 법적으로 보장하는 셈이다. 때문에 2조를 삭제하거나 혹은 시행규칙에 최소 판매단위를 30정 이상으로 하도록 요구하는 것이다.

▶李국장=낱알 판매 금지여부는 일단 시행을 하고 나서 구체적 경험과 결과를 토대로 이뤄지는 게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설사 39조 2항에 대한 개정이 되더라도 이해 당사자간의 합의가 더욱 중요한 것이다.

▶宋국장=의협의 청원서는 아직 공식으로 접수되지 않은 것으로 안다.접수가 안된 청원서의 내용을 놓고 뭐라고 말할 수는 없는 입장이다. 그리고 아직 이같은 의견에 대해 검토해 보지 않았다.

-약사의 대체조제시 의사의 사전동의.

▶元위원장=전체 4만종이 넘는 의약품을 회사·종류별로 모두 갖추라는 얘기나 마찬가지다.똑같은 성분·약효동등성이 확보된 의약품의 대체조제를 통해 보험재정의 안정을 기하려던 의약분업의 기준을 깨뜨리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모든 의약품을 구비하자면 의약품 보험수가가 높아져 의료비부담은 당연히 가중되고 또 모든 약국이 제대로 의약품을 갖추기란 불가능하다. 의사들의 주장은 의료 전반에 대한 독점을 유지하겠다는 의도에 불과하다.

▶金이사=미국·영국등 의료 선진국에서는 대체조제시 의사의 사전동의를 받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시민단체가 의료비를 절감하고 국민의 편익을 위한다며 약사가 임의로 의사의 처방을 대체할 수 있게 만들었다.

이것은 신성불가침한 진료권을 침해하는 것이다. 약사가 대체조제를 하더라도 약효동등성 테스트를 거친 약에 한해서만 가능하고 여기에 의사의 사전동의는 필수다.

▶李국장=대체조제는 동일한 약효성분을 전제로 소비자의 편익을 최대한 고려한 것이어서 대체조제 금지는 소비자 입장에서 동의할 수 없다. 동일한 약효가 보장된다면 소비자는 값이 싼 약을 구입함으로써 불필요한 경제적 부담을 줄이는 것이 당연하다.사전동의는 소비자선택의 권리를 침해할 수 있는 부분이다.

▶宋국장=대체조제의 엄격한 관리를 위해 처방전에 대체조제 허용여부를 의사가 표기할 수 있도록 하자는 내용이라고 들었다. 국회에서 의약 분업 당사자들의 의견을 듣는등 신중히 심의할 것으로 본다.

-약사의 조제및 판매기록부 작성 법규화에 대해.

▶元위원장=조제 기록부는 현행 약사법에 의해 7월1일부터 시행하게 돼 있고 판매기록부 역시 전문의약품의 경우는 쓸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일반약의 경우는 얘기가 다르다.드링크제 한병을 팔더라도 주민등록증을 제시하라고 요구할 수 있겠나. 실제 약품을 내주는 약사들에게 의사가 횡포를 부리려는 것이다.

▶金이사=약사가 의사의 처방을 받아 조제를 할 경우 반드시 기록을 남겨야 된다. 약사는 환자들이 원한다며 의사의 처방과 상관없이 한약재·영양제·강장제를 판매하고 있다. 현재의 처벌조항은 약사들의 이런 행위를 사실상 적발하기 어려워 유명무실하다.

▶李국장=임의조제 근절을 위한 요구인 것으로 안다. 그러나 이는 의·약사의 상호신뢰를 바탕으로 협력·감시를 통해 이뤄지는게 바람직하다. 법으로 명시해 강제하는 것은 실효성에 문제가 있다.

▶宋국장=의약 분업 당사자들간의 의견이 첨예하게 대립돼 있다.판매 기록부 역시 서로 의견이 다를 수 있어 말하기 힘들다.

-의료계 파업에 대한 평가는.

▶元위원장=의사들의 파업으로 환자 3명이 죽는등 국민들이 엄청난 피해를 입었다. 의사가 가운을 벋는 것은 군인들이 총부리를 국민에 돌리는 것과 마찬가지로 일종의 의료쿠데타다.

▶金이사=우리의 고충을 당국에 전달하고 국민에게 이해를 구했다는 점에서 성과가 있었다. 요구사항이 다 관철되지 않아서 아쉬운 점이 있지만 해결이 안된 점은 지속적으로 투쟁해 나갈 것이다.

▶李국장=의사의 자존심과 진료권 때문에 무고한 환자와 국민이 생명의 위협에 처했다. 특히 응급실마저 폐쇄한 폐업은 의사들의 존재 기반을 부정한 행위라고 밖에 볼 수 없다.

▶宋국장=국민 건강을 볼모로 한 있을 수 없는 집단 투쟁 양상이었다. 다시는 일어나서는 안될 일이다. 국민 건강과 맞바꿀 수 있는 어떠한 요구 사항도 있을 수 없다.

-각자 당부하고 싶은 말은.

▶元위원장=할 말이 없다. 의료계의 국민을 볼모로한 불법폐업에 정부가 굴복한 것에 대해 한 사람의 국민입장에서 개탄스럽고 앞으로 의료개혁에도 최악의 전례를 남기게 됐다.

▶金이사=정부는 의사들의 결속력을 과소평가하고 무조건 밀어 붙였다. 약사들의 기득권은 내벼려두고 의약분업을 강행한 점에 대해 섭섭하다. 하지만 정부가 의약분업에서 역할분담을 확실히 해준다면 적극 협조하겠다.

▶李국장=먼저 의사회는 폐업으로 희생과 피해를 입은 환자·국민에게 사과를 표명하고 희생을 당한 유가족에게 손해배상을 해야 한다. 또 다시는 환자의 생명을 담보로 한 폐업투쟁을 하지 않겠다고 약속해야 한다.

▶宋국장=의약 분업이라는 개혁정책에 대해 양 집단이 민감하게 대립하고 있다. 당초 합의안의 정신으로 되돌아가 달라고 부탁하고 싶다. 한발씩 서로 양보해서 국민 건강 증진을 위해 협력하는 자세가 아쉽다.

정리=강갑생 기자

<참석자>

원희목(元喜睦) 약사회 총무위원장

김인호(金仁鎬) 의협 의무이사

송재성(宋在聖) 보건복지부 보건정책국장

이강원(李康源) 의약분업정착 시민본부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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