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 세 번째 세종시 직접 설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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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대통령이 세종시 수정 입장 발표 이후 처음으로 22일 충청권을 찾았다. 이 대통령이 이날 대전 유성구한국전자통신연구원에서 열린 대전·충남지역 인사 오찬 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다 이인화 충청남도 행정부지사(충남지사 권한대행)의 등을 두드리며 격려하고 있다. [조문규 기자]

이명박 대통령의 22일 대전행은 세종시 원안 수정 입장을 밝힌 뒤 첫 충청권 방문이었다. 명목상 이유는 교육·과학·문화 분야의 정부 부처 업무보고를 받기 위해서였지만 굳이 대전의 한국학술연구재단에서 보고를 받은 것은 충청 민심을 달래겠다는 의도로 받아들여졌다. 실제 이 대통령은 오전에 업무보고를 마친 뒤 오후에는 ‘세종시 행보’를 했다.

우선 충남지역 인사 40여 명과 오찬을 하며 지역 여론을 들었고, 이어선 지역언론사 대표들과 비공개로 티타임을 갖기도 했다. 두 자리 모두에서 이 대통령은 세종시 수정을 추진하게 된 배경과 그 과정에서의 소회를 털어놨다. 지난달 27일 ‘대통령과의 대화’, 7일 ‘지역언론사 편집·보도국장단 초청 오찬’에 이은 세 번째 직접 설득 시도다. 오찬 모두발언에서 이 대통령은 자신의 ‘비정치성’을 강조하는 것으로 얘기를 풀어 나갔다. 그는 먼저 “나는 (기업 활동을 했지) 정치로 출발한 사람이 아니다”며 “정치적으로 생각하고 정치적으로 판단하는 것을 선호하지 않는다”고 전제했다. 그런 뒤 “너무 정치적이면 나라도 지역도 발전에 도움이 안 된다”고 말했다. 또 “나는 정치를 다시 할 사람이 아니다”며 “(나에겐) 무엇이 정말 나라를 위하고 국민이 편안하게 삶의 질이 나아지고 서민들이 일자리를 얻고 편안하게 살까 그 생각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자신의 세종시 원안 수정 추진이 이전 정부의 세종시 관련 결정들처럼 정치적 산물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하기 위한 논리였다. 이 대통령은 이와 관련, “어떤 때는 너무 정치적이 아니라서 개인적으로 손해 볼 때가 많다”고도 말했다. 그 대표적인 예가 세종시 원안을 굳이 수정하겠다고 나선 일이라는 설명이다. 특히 이 대통령은 이런 결심을 하게 된 과정에 대해 “‘세종시 얘기를 안 하고 그냥 지나치면 정치적으로 도움이 될 텐데’ 하고 고민을 많이 했다”며 “그래서 1년 이상 고민을 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정치권의 결정으로 희비를 반복해온 충청도민들의 마음을 이해한다는 뜻도 전했다. 그는 “충청도민들도 되게 속상할 거 같다. 충분히 이해가 간다”며 “다 정치인들이 만들어 놓은 거다. (행정수도 이전을) 한다고 했다가 안 한다고 했다가 나눈다고 했다가…”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대통령은 충청도를 “국가관이 있는 지역”이라고 높게 평가하며 국가 백년지대계로서 세종시 수정의 불가피성을 이해해 줄 것을 호소했다.

이날 오찬에는 박성효 대전시장, 강태봉 충남도의회 의장, 김종성 충남교육감, 김재현 공주대 총장 등이 참석했다. 참석자 중에서도 강태봉 의장과 박복수 연기군 기독연합회장 등은 이 대통령을 향해 “세종시를 원안대로 추진해 달라”고 요청했다. 반면 KAIST 최훈 벤처협회장이나 한밭대 설동호 총장 등은 세종시의 과학비즈니스벨트 거점 도시화와 관련, 정부의 적극적 지원을 요청했다. 이 대통령은 마무리 발언에서 “(정부의) 대안이 나올 때까지 기다려 달라”고 당부했다.

남궁욱 기자, 사진=조문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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