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BA] 꼴찌 하는 법 네츠에게 물어봐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9면

뉴저지 네츠가 18연패에 빠진 지난 3일 커트니 리가 어두운 표정으로 코트를 빠져나가고 있다. 한 관중이 ‘0승18패가 일어나는 곳’이라는 피켓을 들고 선수들을 조롱하고 있다. 팬들이 등을 돌리자 뉴저지는 상대팀 스타를 이용해 관중을 유치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단체 스포츠에서 꼴찌는 1등 하기만큼 힘들다. 부실한 전력, 무능한 감독, 열악한 환경 등 모든 요소가 어우러져야 한다. 그래도 쉽지 않은 게 꼴찌다. 경쟁을 하다 보면 선수들의 승리 의지가 개입하기 때문이다.

미국프로농구(NBA) 뉴저지 네츠는 1등이 아니면 살아남기 힘든 프로 무대에서 어떻게 하면 꼴찌가 되는지 몸소 보여주고 있다. ‘최하위 수성’에 조그만 빈틈도 보이지 않는다.

뉴저지는 NBA 역대 최다인 개막 18연패로 올 시즌을 시작했다. 22일 현재 2승26패(승률 7.1%)로 30개 팀 중 꼴찌다. 1972~1973시즌 필라델피아가 기록한 NBA 역대 최저 승률 기록(9승73패·11%) 경신도 충분히 가능하다.

지난 시즌 34승 팀이 하루아침에 동네북이 된 이유는 뭘까. 물론 팀 전력이 처지는 게 첫 번째 이유다.

뉴저지는 간판 빈스 카터를 떠나 보낸 뒤 주전 대부분을 4년차 이하 유망주로 구성했다. 팀을 이끌어줄 리더가 없어 위기만 되면 갈팡질팡한다. 유망주의 발전을 위해 노장 선수의 뒷받침이 필요한 법이지만 뉴저지는 판을 갈아엎을 생각만 하고 있다.

허약한 전력은 감독의 역량으로 어느 정도 메울 수 있다. 꼴찌 팀을 2위로 올려놓고 있는 전창진 KT 감독이 모범사례다. 하지만 뉴저지는 감독도 없다. 18연패하면서 사령탑을 두 번이나 바꿨고, 현재 키키 밴더웨이 단장이 감독을 대행하고 있다. 밴더웨이 단장은 취임 인터뷰에서 “승패는 중요하지 않다. 유망주들이 얼마나 발전할 수 있는지가 관심사”라고 했다. 선수들에게 동기 부여가 될 리 없다.

바깥에서도 잡음이 끊이지 않는다. 구단이 새 주인에게 매각된 뉴저지는 2년 뒤 뉴욕시 브루클린으로 연고지를 옮길 예정이다. 새 경기장 공사 계획이 확정된 가운데 추가 비용이 생길 경우 연봉 삭감으로 충당한다는 소문까지 들려왔다. 최근에는 간식과 비행기 좌석 수준도 떨어졌다고 한다. 선수들이 맘껏 뛸 수 없는 환경이다. 팬들의 마음은 이미 떠났다. 성적이 바닥인 데다 팬들을 내팽개치고 떠난다는데 좋아할 사람은 없다. 뉴저지 팬들은 20일 홈에서 열린 LA 레이커스전에서 상대팀 코비 브라이언트를 열렬히 응원했다. 구단은 한술 더 떴다. 내년 1월 3일 클리블랜드와 홈경기에서 르브론 제임스 마케팅에 팔을 걷어붙였다. 누구를 위한 팀인지 종잡을 수가 없다.

김우철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