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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 공연 #1 로맨틱 코미디 뮤지컬

중앙일보

입력


‘진짜 내 반쪽일까?’

결혼 날짜가 하루하루 다가오는데 여자는 확신이 없다. 남자 역시 ‘사랑’을 다시 믿게 해준 여자를 그냥 떠나보내지 못해 머뭇거린다. ‘내가 말했더라면 하려고 했던 모든 말들이 효과가 있었을까? / 아님 그냥 돌아서 떠나버렸을까?’(넘버 ‘말했다면’ 中) 창문을 사이에 둔 두 사람의 독백이 아리다.

뮤지컬 ‘웨딩싱어’는 결혼식 당일 매몰차게 버려진 남자와 결혼을 앞두고 흔들리는 여자의 이야기다. 로맨틱 코미디 뮤지컬의 공식대로 두 사람은 새로 싹튼 사랑에 달뜨고 오해하고 화해한다. 국내 초연인 이 작품은 1998년 드류 베리모어·아담 샌들러 주연의 동명영화가 원작이다. 2006년 브로드웨이 뮤지컬로 제작되면서 그 해 토니상 작품·각본·음악·안무·남우주연상 부문 후보에 올랐다.

기둥 줄거리는 영화를 그대로 따른다. 그러나 컬처 클럽·빌리 아이돌 등 1980년대를 대표하는 뮤지션들의 히트곡을 사용했던 영화와 달리 뮤지컬에선 ‘너와 함께 늙어가고 싶다’를 제외한 21곡의 넘버를 새로 작곡해 선보인다. 극의 흐름을 로비(황정민·박건형)가 이끌어가고 줄리아(방진의)의 친구인 홀리(윤공주·김소향)의 비중이 커진 것도 영화와 다른 점이다.

무대는 역동적이다. 막이 오르면서 등장한 로비의 넘버 ‘오늘은 당신의 결혼식’은 경쾌하다. 기타를 둘러매고 무대를 휘젓는 로비의 얼굴엔 사랑에 대한 확신이 가득하다. 로비와 앙상블의 열정적인 춤사위도 호흡이 척척 맞는다. 배경이 된 80년대의 신나는 디스코 음악이 넘쳐흐른다. 젊은이들의 열정으로 가득한 토요일 밤 클럽 장면도 객석을 들썩이게 한다. 열정적으로 춤추던 홀리가 무대 위에서 쏟아지는 물을 온몸으로 받아내는 ‘물쇼’도 볼거리다. 주인공이 결혼식 축하연에서 노래를 부르는 웨딩싱어인 만큼 넘버도 풍성하다. 때론 격정적이고 때론 감미로운 넘버 중 공연의 마지막 부분에서 로비가 부르는 ‘너와 함께 늙어가고 싶다’는 작품의 주제를 함축한다.

‘관절염에 시달릴 땐 업어줄게 / 나의 소원은 너와 함께 늙는 것 / 배탈이 났을 땐 약도 사주고 / 고장난 물건도 고칠게 / 근사할거야 너와 늙는 것’

줄리아의 약혼자인 글렌(이필승)에 비해 내세울 것 하나 없는 로비의 이 자작곡은 줄리아 뿐 아니라 관객의 마음을 뒤흔든다. 다소 투박하고 소박하지만 연인을 향한 진심이 담긴 프러포즈다. 잔잔한 기타 선율에 얼핏 눈물까지 보이는 로비 역의 황정민은 종영 드라마 ‘그저 바라 보다가’에서 그가 열연했던 구동백과 오버랩된다.

13일 공연장엔 중년 관객이 많았다. 해피엔딩의 로맨틱 코미디, 주인공이 가수라는 설정이 연말 공연으로 즐기기에 안성맞춤이다. 내년 1월 31일까지 충무아트홀 대극장. 4만~10만원.

[사진설명]뮤지컬 ‘웨딩싱어’는 서로 다른 사람과 결혼 약속을 했던 두 남녀의 새로운 사랑 이야기다. 사진은 결혼식 당일 행복에 찬 로비(황정민)의 모습.

▶문의=02-501-7888

< 김은정 기자 hapia@joongang.co.kr >
[사진제공=뮤지컬 해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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