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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지배구조 개선 권고위'파장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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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법무부 용역으로 마련된 기업 지배구조 개선안이 발표되면서 상당한 파장이 예상된다.

대주주와 오너의 권한을 제한하고 사외이사·감사와 소액주주의 역할을 대폭 강화하는 방향으로 만들어진 이번 권고안이 법으로 채택된다면 기업 경영의 근본 틀이 바뀌게 되기 때문.

권고안은 특히 ▶국제기구의 자금 지원으로 이뤄진데다 ▶국제적인 명성을 가진 전문가들이 컨서시엄 형태로 자문단을 구성해 만든 것이어서 무게가 있다.

자문단은 한국 경제 발전을 위해선 선진형 기업 지배구조의 정착이 시급하며,이를 위해선 혁신적인 조치가 이뤄져야 한다는 의견이다.

재계는 그간 권고안 마련 과정에서 ‘기업 현실을 반영해줄 것’을 줄기차게 요청해 왔었으나 막상 최종안에 그런 건의가 대부분 받아들여지지 않은 것으로 나타나자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법무부는 이번 권고안이 국내 법체계와 합치하는 지,또 우리 기업 현실에 적용하는게 타당한 지 여부 등을 충분히 검토한 뒤 입법을 추진하겠다는 입장이다.법무부는 각계 전문가로 구성된 검토실무반을 편성해 권고안의 수용 여부를 검토하기로 해 앞으로 이 과정에서 찬·반 공방이 뜨거울 전망이다.

◇권고안 주요 내용=권고안은 크게 ▶이사회와 사외이사 권한 강화 ▶주주의 권리 강화▶이해관계자 거래 개념 도입 ▶주주권 행사의 실효성 보장 ▶기업 인수·합병의 활성화 등으로 나뉘어져 있다.

특히 재계가 강력 반대해온 집중투표제·단독 주주권·대표소송제를 모두 도입하거나 강화해야 한다고 권고했다.따라서 최종안대로 시행되면 소액주주와 노동조합등의 영향력이 커질 전망이다.

또 이사들의 시차(時差)임기제가 금지되면서 모든 이사의 임기가 동일해졌으며 한 이사가 해임되면 다른 이사까지 모두 해임돼야 하는 조항도 담겼다.

주식을 한 주만 갖고 있어도 6개월 이상 보유할 경우에는 대표소송도 할 수 있도록 제안했으며,소송에서 이길 경우 주주 자신에게 이익이 되는 집단소송제도 도입할 것을 검토해야 할 것이라고 권고했다.

◇지난해의 초안과 달라진 점=보고서 작성에 참여한 세종법무법인의 이창원 변호사는 “달라진 점은 거의 없다”고 말했다.

다만 표현은 여러가지로 완화시켰다고 설명했다.초안에선 한국의 지배구조 문제가 심각하기 때문에 규제도 심하게 해야 한다는 식의 표현이 있었지만 최종안에는 이런 언급이 없다.또 초안에는 “감사위원회는 전원 사외이사로 구성해야 한다”“이사회내 각 위원회에는 1명 이상의 사외이사가 포함돼야 한다”고 명시돼 있었지만 최종안에는 “고려해야 한다”로 바뀌었다.

◇재계의 반발=유한수 전국경제인연합회 전무는 “세계적으로 집단소송제와 단독주주권을 모두 채택한 나라는 없다”며 세계적인 흐름에도 역행되는 것은 물론 주식회사 시스템의 기본 원리에도 안맞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민간경제연구소의 한 박사급 연구위원도 “이해관계자 거래라든가 이사들의 시차임기제 금지,그리고 경영진에 위임해서는 안되는 이사회 승인사항등을 세세히 규정하는 것은 경영자들의 발목에 족쇄를 채우고 또 채우는 격”이라고 말했다.

전경련은 법무부의 검토 실무반에 적극 참여해 재계 현실을 알리는 한편,8∼9월중 미·일·유럽의 전문가들을 초청해 기업지배구조에 관한 국제 세미나를 열고 이번 권고안을 국제 토론에 부친다는 방침이다.

김영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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