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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집트 왕발' 난생 처음 구두 신는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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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여자들도, 아이들도 모두 나를 놀려대기만 한다"고 말해온 한 이집트인 무하마드 후세인 하이칼(51)이 오랜만에 크게 웃었다. 태어나 처음으로 구두를 신게 됐기 때문이다.

신장이 2m30㎝로 이집트에서 가장 큰 '꺽다리 아저씨' 하이칼은 51년 동안 한번도 신발을 신어보지 못했다. 큰 키만큼 발크기도 무려 45.5㎝로 '왕발'이기 때문이다. 가난한 유목민 부부의 외아들로 태어난 그는 발크기에 맞는 기성화를 구경해 본 적도 없었고 생활형편이 어려워 운동화를 맞출 수도 없었다. 부모님의 권유로 초등학교에 입학했지만 친구들이 너무 몸집이 크다고 놀려댔고 학교 의자엔 엉덩이를 반도 걸칠 수 없었다. 그는 한 달도 안돼 학교를 그만두고 부모의 유목생활을 따라다녔다. 양을 치면서 사막을 거의 맨발로 다녔고 기껏해야 양가죽으로 손수 만든 슬리퍼를 신어봤을 뿐이다.

"여자들이 내가 너무 크다며 놀라 모두 도망갔어요."어렵게 주선된 맞선에서도 모두 퇴짜맞기 일쑤였다. 결국 그는 세상을 떠난 부모가 남겨준 양과 염소를 벗 삼아 이집트 남부 키나 주(州)의 사막에서 고독하게 살아왔다.

이 슬픈 소식을 들은 아딜 라비브 주지사는 '늙은' 하이칼에게 이제부터라도 신발을 맞춰주기로 결정했다. 그러나 하이칼은 새로운 고민이 생겼다. 난생처음 구두를 받게 됐지만 방안에 모셔둬야 할 형편이기 때문이다. "찾아갈 만한 친척도 없고 구두를 신고 양을 몰면서 사막을 다닐 수도 없지 않으냐"고 그는 쓸쓸히 말했다.

카이로=서정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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