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드 피치] 찬호 "아웃코너" 외치자 포수 "무슨 소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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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2면

"아웃 코너!"

불펜 마운드에 선 투수는 포수에게 바깥쪽 공을 던지겠다는 의사표시로 "아웃 코너!" 라고 크게 외쳤다. 그러나 정작 포수는 그게 무슨 말이냐는듯 고개를 갸우뚱했다.

예상치 못한 코스에 시속 1백50㎞가 넘는 빠른 공이 날아들자 간신히 몸을 던져 받아낸 포수는 안도의 숨을 내쉬며 투수를 향해 "아웃사이드!" 라고 외쳤다.

그러나 투수는 그게 무슨 의미인지 몰랐다. 다음 투구 때 투수는 이번에는 몸쪽 공을 던지겠다는 뜻으로 "인 코너!" 라고 외쳤다.

당시 투수는 햇병아리였지만 포수는 백전노장. 다행히 포수는 몸쪽 공을 던지겠다는 뜻이라는 걸 알아차렸다. 포수는 투수를 향해 "아! 인사이드!" 라고 외치며 잘못을 바로 잡아주었다.

이 에피소드는 1994년 박찬호(LA 다저스)가 미국에 진출한 뒤 첫 불펜투구 때 당시 불펜코치였던 포수 출신의 마크 크리시와 벌인 해프닝이다.

그때까지만 해도 몸쪽은 인 코너, 바깥쪽은 아웃 코너로 알았던 박은 미국선수나 코치들이 인 코너, 아웃 코너가 무슨 뜻인지 이해하지 못해 당황했다고 한다.

미국에서는 몸쪽.바깥쪽을 인사이드.아웃사이드라고 부른다는 사실을 그때서야 알았다는 것이다.

박찬호의 미국 진출을 계기로 메이저리그가 국내 팬들에게 가까워지면서 이젠 인 코너.아웃 코너라는 일본식 표현을 듣기 힘들어졌다. 방송에서도 몸쪽.바깥쪽이라는 우리말을 쓰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요즘 "아웃 코너 꽉 찬 공입니다" 라고 말하는 해설가는 찾기 힘들다.

'인사이드 피치' 는 '몸쪽 공' 이다. 몸쪽 공은 타자를 향해 파고 든다. 마치 미사일이 자신의 얼굴을 향해 날아오는 것 같은 느낌에 타자는 두려움을 느낀다.

뉴욕 타임스의 칼럼니스트 레너드 코페트는 그의 저서 '야구란 무엇인가' 에서 '타자는 볼을 피하려는 본능과 이 볼을 때리려는 욕망사이에서 싸운다' 고 말한 바 있다.

타자가 타석에서 맨 먼저 느끼는 감정은 바로 두려움이라는 것이다. 투수는 타자의 이 두려움을 이용한다. 그리고 야구는 늘 투수와 타자의 대결로 시작되고 끝을 맺는다.

이 글의 제목 '인사이드 피치' 에는 박찬호의 에피소드에서 볼 수 있듯이 잘못을 바로 잡아 정확한 표현을 쓰자는 의미와 단어 그대로 '파고들겠다는' 의미를 함께 담았다.

이태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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