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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 뉴스] 그리고 사랑합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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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2 대 2 풀세트 접전
마지막 세트에서
12 대 12 동점까지 갔건만
공 한개 차이로
승부가 갈렸습니다.

라켓을 놓는 순간
머릿속이 텅 비더군요.
대신 어머니의 얼굴이
머릿속을 꽉 채웠습니다.

메달을 따오겠다고
다짐했건만
메달을 따 연금을 받아
어머니 부담을 덜어드린다고
다짐했건만
운명의 공은 나를 비껴갔어요.

아테네 도착 다음날
"잠자리는 어떠냐
음식은 입에 맞느냐
너무 신경쓰지 말고
너무 부담갖지 말고
평소 갈고 닦은 대로 하거라"
3분 전화카드로 부족하셨죠.

고교 1학년 때
다이빙을 하다
1급 경추 장애인이 됐을 때
짜증내고 투정하는 저를
어머니는 다 받아주셨습니다.
이불을 뒤집어쓰고
혼자 우는 아들을
보고도 못 본 체 하셨지요.

어머니는
집에서, 훈련장에서
저의 손발이 돼 주셨지요.
자궁에 물혹이 있다는
진단을 받고서도
수술을 미루셨지요.
저를 돌봐야 한다고
저에게 심적 부담을 준다고.

탁구 단체전이
다가옵니다.
휠체어가 부서질 때까지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어머니의 웃는 얼굴에
메달을 걸어드리겠습니다.

귀국할 때까지
부디 건강하세요.
어머니 고맙습니다
그리고 사랑합니다.

*제12회 아테네 장애인 올림픽 탁구 대표 조재관(28)선수는 19일 독일 선수에게 져 아쉽게 6강에서 탈락했다. 조 선수는 21일 아테네 갈라치 탁구경기장에서 어머니 김형심(54)씨에게 답장을 썼다. 어머니는 본지 18일자 1면 '생각뉴스'를 통해 아들의 선전을 기원하는 편지를 보낸 바 있다.

아테네=신성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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