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물 고이 벗고 간 짝을 붙들고는
그따위 참견쯤이야 동동 뜨는 슬픔이라고.
손가락 갖다대어도 움직이지 않는 연화좌(蓮華坐)
지금 어디에 닿아 풀빛 날개를 짓는가
어디에 이 千秋(천추)의 몸은 내려서야 하는가.
여기는 날개옷 가득한 나락이거나 우물 속
파라락, 굽혔다 튀듯 자꾸 벗는 날벌레처럼
백일홍 환한 꽃밭에 앉아 벌레 하나 날아간다.
◆ 약력=▶1958년 충남 부여 출생 ▶1989년 중앙시조백일장 장원으로 등단▶95년 중앙시조대상 신인상, 2003년 유심작품상.성균문학상 등 수상▶시조집 '따뜻한 슬픔''겨울 약속''황진이 별곡', 편저 '중앙시조대상 수상작품집'
◆ 시작노트= 인생은 짧고 예술은 길다는 말을 받아, 노산 이은상은 1958년 '노산시조선집' 자서에서 "정한은 길고 노래는 짧다"고 했다. 짧은 노래 속에 내 마음의 물구비를 잇대어 본다. 가끔씩 마비되는 오른쪽 팔을 위해 한달 만에 매봉산에 올랐다. 달개비꽃빛 하늘이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