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J DOC "음악은 음악으로 들어줘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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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3면

최근 욕설 가사로 논란을 불러일으킨 DJ DOC의 5집 음반이 가요 관계자들 사이에 새로운 화제로 떠오르고 있다.

"욕설이 들어간 두 곡의 가사 때문에 음반 전체의 가치는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고 있다" 는 의견이다.

첫 곡의 제목이 '와신상담' (臥薪嘗膽)인 것처럼 DOC가 3년의 공백기간 동안 단단히 벼르고 만든 완성도 높은 음반이라는 평가다.

가요평론가 강헌씨는 "최근 2년간 나온 힙합 앨범중에 최고일 정도" 라며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그는 "특히 리더 이하늘의 랩핑은 거의 경지에 이르렀다" 고 말했다.

또 다른 평론가 송기철씨의 의견도 크게 다르지 않다. "대중적이고 친근한 멜로디로 무르익은 한국적 힙합을 들려준 수작" 이라고 했다.

일각에선 이들이 문제가 된 가사를 수정해 방송 심의를 받았다는 얘기도 나왔다.

하지만 DOC는 "말도 안되는 소리" 라며 "한 글자도 고치지 않았고, 앞으로 고치지도 않을 것" 이라고 말했다.

"욕설이 들어간 '포졸이' '엘 아이 이' (L.I.E)가 방송에 부적합하다는 것은 인정한다" 는 그들은 "일부 곡이 문제가 있다고 음반 전체가 방송 불가 판정을 받는게 정당하냐" 고 반문했다. 그리고 "우리 음악을 '음악' 으로 들어달라" 고 덧붙였다.

음반의 다른 수록곡을 구제하기 위해서 그들은 문제곡을 뺀 나머지 곡으로 심의용 싱글을 제작해 방송 허가를 얻어냈다.

문제가 된 곡 '엘 아이 이' 에선 "벌써 2년 지나 공백기간 동안 우릴 마치 생양아치로 매도시킨 너희 사이비 기자들 잘 들어봐…" 라며 "에라…닥쳐라 저리꺼져" 라며 후렴부를 욕으로 삽입했다. 각운에 특히 신경쓴 욕설이 주목을 끈다.

역시 문제가 된 '포졸이' 는 경찰에 대한 비난과 욕을 담았다.

"이번엔 짭새 얘길 할께… 너희 포졸이 중에 일부 포졸이 얘길 하지…우리 얘길 듣고 기분 나빠하지 말길 민주정의경찰 영원하길…" 라며 노래한다. 물론 후반부는 더욱 심한 욕설로 채웠다.

나머지 수록곡인 '런 투 유' 'DOC 블루스' 등은 흥이 철철 넘쳐나는 댄스곡이다.

리듬감이 탁월하고, 독특한 비음섞인 보컬이 조화를 이룬 'DOC표' 노래들이다.

능숙한 창법으로 소화해낸 R&B 곡 '기다리고 있어' 와 서글픔과 외로움의 감정을 DOC 특유의 랩으로 펼쳐낸 '비. 愛' 도 욕설가사의 논란에 휩쓸려 묻히기엔 아까운 곡들로 꼽힌다.

이밖에 '부익부 빈익빈' '부기 나이트' 등의 곡도 "재미있고 리드미컬하다" 는 반응을 얻고 있다.

강헌씨는 "편협한 윤리성을 잣대로 가사를 문제삼아 음반 전체를 폄하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고 지적했다.

송기철씨는 가사에 대한 아쉬움을 접지 못한다. "가사를 곰곰이 씹어볼수록 DOC가 표피적이고 감각적인 비판에 치중했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는 그는 "전반적으로 가사의 설득력은 부족해 보인다" 고 지적했다.

이런 논란에도 불구하고 DOC 음반은 현재 발매 2주만에 35만장 판매라는 기록을 세웠다.

음악 관계자들은 아이스 큐브나 에미넴같은 해외 힙합 뮤지션들이 비속어를 쓰는 경우는 비일비재하다는 사실을 상기시킨다. 그러나 '치기' 와 '철학' 을 구분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문제는 몇 줄의 가사가 아니라 음악을 음악으로 들어주고, 그것을 유연하게 수용할 수 있는 문화적 탄력성이 아닌가?" 평론가들의 한결같은 얘기다.

이은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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