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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형동의 중국世說] 중-러의 극동지역 개발과 우리의 대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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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 동서 세력전이(Power Transition)의 주역으로 떠오른 중국, 이 중국의 국가발전개혁위원회 28개 부서는 오늘도 국가발전전략 수립과 개발현황 점검에 발걸음이 분주하다. 이에 호응이라도 하듯 중국 각 지역 건설현장의 해머 소리는 고도 경제성장의 함성인양 연일 세인들의 귓전을 울리고 있다.
최근 중국 국가통계국 발표에 의하면, 중국은 2009년 1-9월간 GDP 총액이 21조 7,817억 원(인민폐)으로서 실질 GDP 성장률은 전년도 동기대비 7.7% 증가, 올해 경제성장목표(8%) 달성이 확실시 되고 있다. 이렇게 고속질주 하고 있는 중국은 현재 제 11차 5개년 계획(2006-2010년)에 의거, 경제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이 계획은 서부개발, 동북진흥, 중부발흥, 동부견인의 4대 지역발전 개념을 기초로 하면서도 각 지역발전에만 국한하지 않고 국가 전체의 균형발전과 지속성장이란 목표에 부합할 수 있도록 전국베이스의 전략적 네트워크 구축을 추구하고 있다.
중국의 지역개발 계획 중에서 우리에게 가장 큰 관심을 끄는 부분은 북한과 인접한 동북지역개발이다. 중국 정부는 지난 7월 대련과 단동을 중심으로 하는 “랴오닝 연해경제벨트”프로젝트를 발표한 데 이어 8월30일 길림성 정부가 상신한 창춘(長春), 지린(吉林), 투먼(圖們)을 연결하는“長吉圖 선도구” 개발사업도 승인했다. 이 계획은 이 지역을 동북아 물류의 전진기지로 삼아 동해항로를 개척하여 한.일.러 등과의 교역을 확대하겠다는 의도다.
또한 10월4일 원자바오 총리는 북한을 방문하여 북측과 신 압록강 대교 건설에 정식 합의했으며, 중국이 북한의 나진 항(1호 부두)을 사용하는 대가로 93KM의 나진-훈춘 간 국제철도 부설을 약속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중국의 신 압록강 대교 건설을 놓고 홍콩의 저명한 시사지는 “중국측이 17억 원의 건설비용을 전담키로 한 것은 북한의 6자 회담 복귀 설득용 선물이며, 조롱외교 정책에 능한 북한은 대항과 타협, 공갈과 변덕으로 국제사회에서 식은죽 먹기(游刃有餘)로 실리를 취하고 있다.”고 정곡을 찔러 국제문제 전문가들의 공감적 실소를 자아내기도 했다.
지난 10.14 푸틴 러시아 총리는 북경에서 중-러 총리회담 후 신화사와의 인터뷰를 통해 “중-러 협력은 세계안정유지의 가장 중요한 초석이며,’중국동북지구와 러시아극동 및 동 시베리아지구 협력계획 요강(2009-2018년)’은 향후 양국 협력발전에 새로운 기회를 제공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요즈음 러시아는 2012 APEC정상회의가 개최될 블라디보스톡에 행사관련 인프라 구축 공사를 시행중이며, 서 시베리아 원유의 태평양 운송을 위한 파이프라인 건설사업과 코즈미노 항의 석유화학 플랜트 건설 등도 본격화 하고 있다. 또한 러시아는 북한 나진항의 3-4호 부두 이용권을 획득, 이들의 확장공사를 진행하는 한편, 나진과 핫산을 잇는 54KM의 국제철도 건설도 착공했다.
이러한 중국,러시아,북한의 3각 경협편대의 재 가동은 경제적 측면은 물론 한반도 안정화라는 안보적 무게도 경하지 않다는 점에서 우리에게 경제와 안보기능을 함께 고려한 고도의 전략적 대응을 요구하고 있다.물론 이들 3국의 면면을 볼 때 이들을 상대로 외교게임을 전개한다는 것은 결코 용이한 일이 아니다.게다가 이 지역 내 투자 참여가 경제적 부가가치를 가져다 준다는 보장도 불투명하다. 그러기에 우리는 게임이론에 의거한 경제학적 사고에 기초하되, 상대의 진정한 시그널을 포착해 첨예한 경쟁 속에서도 협력을 끌어내는 기술, 즉 때로는 일시적 양보와 패배를 택해 최종적 승리를 쟁취할 수 있는 지혜로운 전략이 필요한 것이다.
그간 G7 체제에 소외되었던 중국은 최근 글로벌 경제거버넌스의 최대협의체로 부상한 G20 체제를 적극 활용하여 자국 주도의 외교공간 확보를 도모하려 할 것이다. 러시아의 푸틴 총리도 G20을 매우 유효한 새로운 세계경제 메커니즘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한국은 이렇게 중-러가 함께 중시하는 G20의 의장국이다. 우리 정부는 이런 상황을 적절히 활용하여, G20 체제운용상 중-러 양국과의 공동전략 필요성을 명분으로 극동지방 개발에 대한 우리의 건설적 참여를 제시, 경제적 실익확보는 물론, 남북관계 증진에도 순기능적인 작용을 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그리고 MB가 지대한 관심을 가지고 있는 유라시아 철도연결과 시베리아 가스관 연결사업과 관련하여도 중-러 양국의 이 지역 개발 계획을 면밀히 분석,효율적인 추진 대책을 조속히 수립해야 한다.
금세기 선진 일류 국가의 반열에 오른 나라들은 실용적 과학정신으로 인재를 양성하고, 장기적인 국정 로드맵을 가지고 성장동력을 키워나가고 있다. 우리도 선진국 대열의 합류를 위해서는 기존 선진국들을 본받되, 외교교섭이나 경제정책을 추진할 때는 말의 盛饌과 꿈의 美麗를 앞세우기 보다는 전략적이고 유연한 사고로 냉엄한 현실극복을 통해 국익 창출을 실현시켜 나가야 할 것이다.

한형동 산둥성 칭다오대학 객좌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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