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배구] 가빈, 관중석 여친에 바친 35득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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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화재 외국인선수 가빈(23·사진)이 한국무대 적응을 마쳤다. 삼성화재는 20일 홈구장 대전 충무체육관에서 열린 V리그 3라운드 첫 경기에서 LIG손해보험을 3-0으로 완파했다. 파죽의 11연승을 기록한 삼성화재는 12승1패로 2위 LIG(10승3패)와의 격차를 2게임으로 벌렸다. 가빈은 이날 혼자서 35점을 책임졌다. 공격성공률은 69.05%, 점유율은 56%, 그야말로 원맨쇼였다.

◆‘여친’ 앞에서 최고의 활약=이날 관중석에는 캐나다에서 날아온 가빈의 여자친구 엘리샤(22)가 있었다. 14일 한국에 들어온 엘리샤는 연말까지 한국에 머무르면서 남자친구를 응원할 예정이다.

지난 15일 우리캐피탈 전에서는 여자친구 앞에서 체면을 구겼다. 욕심이 앞선 나머지 어깨에 힘이 잔뜩 들어가 고작 17득점에 그쳤고, 공격성공률은 50%를 밑돌았다. 신치용 삼성화재 감독은 “가빈이 여자친구가 와서 그런지 리듬이 흐트러졌다. 무거운 경기를 했다”며 아쉬워했다. 이날 경기를 앞두고는 신 감독에게서 “여친 의식하지 말고, 부담 없이 편하게 경기하라”는 주문을 받고 경기에 임했고, 결국 최고의 실력으로 애인의 응원에 보답했다.

◆팀에 녹아든다=가빈에 대한 동료들의 평가도 매우 좋다. 세터 최태웅은 “끊임없이 의사소통하려는 자세가 마음에 든다. 워낙 성격이 활달하다 보니 외국인선수 같지 않다”며 칭찬했다. 외국인선수지만 팀 내 막내인지라 훈련이 끝나면 자진해서 코트 뒷정리에 나선다. 그런 가빈을 위해 동료들도 영어로 의사소통하며 가빈을 돕고 있다. 신 감독은 “아직 노련미는 떨어지지만 성품이 맘에 들어 데려왔다. 이제 경험이 붙으면서 팀에도 큰 보탬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실력이 뒤처지는 것은 아니다. 전문가들은 “높이에서는 최고의 용병으로 꼽히는 안젤코나 레안드로보다 낫다. 경험만 쌓는다면 역대 최고가 될 것”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약점으로 지적되는 수비에서도 적극성을 보이고 있다. 이날은 동료의 손에 맞고 굴절된 공을 잡기 위해 뛰어가다 여오현과 부딪칠 뻔한 아찔한 상황도 연출했다. 그만큼 의욕이 넘친다.

◆웬만하면 트리플 크라운=가빈은 1세트 초반부터 불을 뿜기 시작했다. 가빈의 서브권으로 출발한 삼성화재는 순식간에 5점을 선취하며 기선을 제압했다. 서브 에이스 2개를 연달아 성공시킨 가빈은 크게 포효하며 팀 분위기를 띄웠다. 기세가 오른 가빈은 블로킹에도 가담해 4득점을 올렸다. 1세트에만 백어택은 5개가 터져 나왔다. 트리플 크라운(서브·블로킹·백어택 각 3개 이상)이 눈앞에 다가온 상황. 아쉽게도 더 이상의 서브 에이스가 나오지 않아 기록 달성에는 실패했지만 기여도에서는 만점이었다. 신 감독은 경기 후 “올 시즌 최고의 경기였다. 범실을 줄이라고 주문했는데 감독 의도대로 경기를 풀어줬다”며 만족감을 표했다. 인천에서는 대한항공이 외국인선수 밀류세프(21점)의 활약에 힘입어 우리캐피탈을 3-1로 꺾었다. 대한항공은 최근 쾌조의 4연승을 달리고 있다.

대전=오명철 기자


◆ 전적(20일)

▶남자부

삼성화재(12승1패) 3 - 0 LIG손보(10승3패)
대한항공(8승5패) 3 - 1 우리캐피탈(2승11패)

▶여자부

KT&G(7승2패) 3 - 0 도로공사(2승7패)
흥국생명(4승5패) 3 - 1 GS칼텍스(2승7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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