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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노조법, 노사정(勞使政) 합의대로 개정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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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8면

경제 5단체장들이 어제 지식경제부 장관을 만나 노조법 개정에 관한 재계 입장을 전했다. 지난 4일 발표된 노사정 합의안대로 법이 개정될 수 있도록 해 달라는 것이다. 그동안 경총을 제외한 나머지 단체들은 지난번 합의내용 중 ‘필수노조 활동을 인정하는 조건부 전임제’ 도입에 불만을 표시해왔다. 무노동 무임금 원칙의 후퇴라는 이유에서다. 그런데 이런 단체들마저 ‘노사정 합의대로 해달라’고 입장을 정리한 속내를 들여다보면 기업과 국가의 발전에 발목을 잡으려는 한심한 정치풍토가 자리 잡고 있다.

‘노사정 합의를 최우선시하겠다’던 한나라당은 노조전임자 임금을 사실상 보장하는 개정안을 발의했다. 이런저런 이유들을 내놓았지만 노동계의 눈치를 보는 전형적 포퓰리즘이었다. 야당은 노사정 합의를 ‘밀실야합’이라고 강변만 해왔다. 한술 더 떠 법안 상정의 열쇠를 쥐고 있는 환노위원장은 합의를 인정하기는커녕 아예 논의 자체를 원점으로 되돌릴 기세다. 노사 모두에게 엄청난 변화를 초래할 법안 시행이 초읽기에 들어갔는데 정치권이 이해타산에만 골몰하고 있으니 기가 막힌 것이다.

개정안이 마련되지 않고 13년 전 만들어진 법이 내년 1월부터 그대로 시행될 경우 노사 모두 엄청난 타격을 입는다. 창구 단일화 방안 없이 복수노조가 허용되면 사업장은 대혼란에 빠질 수 있다. 완전한 무급 전임제를 전면 시행할 경우 상당수 영세업체 노조는 붕괴할 소지마저 있다. 이런 현실을 감안할 때 복수노조 허용 유예와 조건부 무급제를 골자로 하는 노사정 합의안은 글로벌스탠더드와 우리 노사 현실을 모두 감안한 최선의 절충안이었다. 여야 모두가 노사문제 해결의 원칙으로 부르짖는 ‘당자사 간 합의’였다는 점에서도 법개정은 존중되어야 할 것이다. 환노위는 22일 민주노총과 민주당 등 이해당사자들을 모두 불러 합의점을 찾을 예정이지만 법 시행을 코앞에 두고 이제 그럴 만한 여유가 없다. 지금은 가능성도 없는 다자 재협상에 연연할 때가 아니라 필수노조활동 범위를 정하는 등 노사정 합의를 실천에 옮길 구체적인 방안을 마련해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