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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아오르는 IMT-2000] 무엇이 쟁점인가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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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5면

차세대 개인휴대영상전화(IMT-2000)사업권을 따내기 위한 통신업계의 레이스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정보통신부가 13일 '제1차 IMT-2000사업 공청회' 를 통해 사업자 선정방식에 관한 정부의 '1차 시안' 을 내놓았으며, 사업자 선정 때 유리한 위치를 차지하기 위한 업계의 합종연횡도 활발하다.

개인용 이동통신분야의 종착역으로 일컬어지는 IMT-2000사업의 쟁점은 무엇이며, 이에 대한 정부의 정책의지와 업계의 움직임은 어떤지, 또 주요 선진국들은 사업을 어떻게 추진하고 있는지 알아본다.

정통부는 이날 공청회에서 내놓은 시안에서 ▶사업자 수▶기술 표준▶선정 방식 등 주요 쟁점 사항에 대해 대부분 복수안을 제시했다. 그러나 사업자수는 3개, 기술표준은 동기식, 선정방식은 심사제에 무게중심이 쏠려 있었다.

정통부의 이같은 시안이 굳어질 경우 투자비가 크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등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걸린 일부 업체들은 조목조목 문제점을 제기하는 등 반발하고 나섰다.

◇ 사업자 수〓사업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3개로 정해야 한다는 게 정통부 의견이다. IMT-2000용으로 할당된 주파수가 60MHz여서 3개 사업자일 경우 업체별로 20㎒씩 받을 수 있고, 4개 사업자라면 15㎒로 줄어든다.

동영상 등 데이터 전송량이 많은 IMT-2000은 가입자당 주파수가 기존 휴대폰보다 3배 이상 필요하다. 따라서 업체별로 20㎒는 있어야 최소 4백만명의 가입자를 유치할 수 있다는 논리다.

정통부의 석호익 정책국장은 "서비스가 대중화될 2011년 기준으로 5㎒당 가입자 수용용량을 1백6만명으로 추산한다" 며 "사업자가 3개면 업체별 가입자가 4백만명을 넘어 사업성 확보가 가능하다" 고 설명했다.

정책 초안에는 또 기존 휴대폰 업체가 서비스 연장선에서 IMT-2000 사업권을 받는 게 바람직하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다만 컨소시엄을 구성해 이동통신 사업에 참여하려는 업체들을 끌어들이는 방안이다.

이는 새로운 사업자가 IMT-2000을 서비스하려면 교환시스템.기지국 등 관련 설비를 구축하거나 가입자를 새로 확보하는 데 어려움을 겪게 돼, 결국 사업성 자체가 불투명해질 수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에 대해 SK텔레콤.LG텔레콤 등 기존 휴대폰 업계는 "큰 문제 없다" 는 입장이면서도 SK텔레콤 등은 컨소시엄 구성 방식에는 달가와하지 않고 있다.

한국통신.하나로통신 등 유선통신업체들은 크게 반발하고 있다. 하나로통신의 이종명 상무는 "IMT-2000에 대해 영국 등 선진국들은 기존 이동통신이 아닌 유무선 종합 멀티미디어로 규정하고 있지만, 우리 정부는 '이동전화의 진화된 형태' 라는 휴대폰 업계의 논리를 그대로 수용하고 있다" 고 비난했다.

◇ 기술 표준〓IMT-2000의 기술표준은 국제적으로 ▶동기(북미)▶비동기(유럽) 두 개로 나뉘어 있다. 동기식은 우리 나라가 세계 최초로 상용화에 성공한 부호분할다중접속(CDMA)기술의 발전된 단계로, 국제 경쟁력이 있다는 게 강점이다.

비동기식은 전세계 이동통신 이용자의 80% 이상이 쓰고 있는 유럽형 이동통신(GSM)의 차세대 서비스로, 시장이 넓어 해외 진출에 유리하지만 기술력은 아직 취약하다. 투자효율을 따졌을 때 어떤 방식이 유리한지에 대해서도 업체마다 제각각 의견이 다르다.

정통부는 일단 국가적으로 힘을 기울였던 동기식에 미련이 많다. 특히 미국으로부터의 통상압력도 무시하지 못하는 입장이다. 다만 원천 기술 보유업체인 미국 퀄컴사와의 로열티 협상을 유리하게 끌고 가려고 기술 표준 결정시기를 연말까지 미룬다는 방침이다.

석 국장은 "국익을 고려해 기술표준은 최대한 늦게 결정할 생각" 이라며 "단일표준이냐 복수표준이냐도 현재로선 결정된 게 없다" 고 밝혔다.

업계에는 민간이 자율적으로 표준을 정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주장이 많다. 이 경우 대부분 비동기식을 택할 가능성이 높다.

LG텔레콤 이정식 상무는 "동기식 단일표준을 택할 경우 국제적으로 고립될 우려가 있는만큼 선진국처럼 복수 표준을 결정해 업체들이 자신들에 맞는 기술을 자율적으로 도입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고 주장했다.

◇ 선정 방식〓정부는 그동안 IMT-2000사업자 선정방식으로 ▶심사제▶추첨제▶경매제 등을 고려했다. 심사제는 정부가 통신사업권을 허가할 때 주로 이용했던 방식으로 제도적으론 문제가 없지만 96년 PCS때처럼 선정 과정에서의 잡음 때문에 뒤탈이 많았다.

반면 복수 후보를 낸 뒤 최종 사업자를 추첨으로 정하는 추첨제와 주파수를 돈 많이 내는 업체에 주는 경매제는 선정 과정은 투명하지만 '또뽑기' '돈 놓고 사업권 따기' 라는 부정적인 여론이 문제다.

초안은 심사제에 무게를 두고 있다. 최근 정치권에서 거론되고 있는 경매제의 경우 법을 고쳐야 하는 등 기술적인 문제 때문에 시행이 어렵다는 의견이다.

정통부 관계자는 "심사제와 경매제의 장점을 딴 복합 방식도 거론되고 있다" 며 "일정한 기준을 갖춘 복수 후보를 1차로 선정한 뒤 정보통신 연구개발 출연금을 많이 내는 업체에 주파수를 파는 방식" 이라고 소개했다.

업계도 경매제에 반대하고 있다. 비용 증가 때문이다. SK텔레콤 관계자는 "IMT-2000서비스를 준비하려면 2조원 이상의 투자가 필요하다" 며 "경매제가 도입되면 1조원 이상의 추가 부담이 발생한다" 고 지적했다.

이원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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