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농구] 쏟아진 실책, 스타일 구긴 삼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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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명일이 삼성 선수들 틈에서 노룩패스를 하고 있다. [원주=연합뉴스]

개막 전까지만 해도 우승 후보로 꼽혔던 삼성은 왜 중위권에서 헤매고 있을까.

답은 턴오버에 있는 것 같다.

삼성은 경기당 평균 턴오버가 14.32개에 이른다. 10개 팀 중 가장 많다. 2위 SK(14.27개)는 최근 14경기에서 1승13패로 부진하다.

턴오버가 가장 적은 팀은 단독 선두 모비스(10.31개), 그 다음으로 적은 팀이 단독 2위 KT(11.12개)다. 이쯤 되면 턴오버가 성적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 알 수 있다.

그런데 삼성의 선수 구성을 보면 왜 턴오버가 많은지를 쉽게 이해하기 어렵다. 삼성의 포스트에는 안정적인 센터 테렌스 레더와 혼혈 빅맨 이승준이 버티고 있다. ‘가드 왕국’이라 불릴 만큼 두터운 가드진에는 이상민(37)과 강혁(33)·이정석(27) 등 베테랑이 가득하다. 포워드 이규섭(32)도 산전수전 다 겪은 베테랑이다. 그래서 삼성은 플레이오프만 올라가면 여우처럼 노련하게 경기를 한다. 지난 시즌 4강 플레이오프에서는 정규리그 우승팀 모비스를 초토화시켰다.

하지만 정규리그에서는 좀 다르다.

경기마다 턴오버가 쏟아진다. 승부처에서 더 자주 나온다.

이번 시즌 연패 때마다 삼성을 제물로 승리를 따냈던 전자랜드의 유도훈 감독은 “삼성처럼 속공을 많이 하는 팀은 실책도 많이 나오게 마련”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상범 KT&G 감독은 “삼성 공격에서 큰 비중을 차지했던 레더가 이번 시즌 이승준과 역할이 겹치자 팀 밸런스에 문제가 생긴 것 같다”고 말했다. 팀의 안정감이 떨어지면서 턴오버도 속출하게 됐다는 뜻이다.

삼성은 18일 원주에서 열린 동부와의 원정경기에서도 턴오버에 발목이 잡혔다. 삼성은 턴오버 18개를 쏟아냈고, 경기는 76-82로 졌다. 시즌 13승12패로 6위에 머물렀다.

삼성이 연출한 턴오버 장면은 노련한 선수들이 즐비한 팀이라고 생각하기 어려울 정도다. 이규섭은 2쿼터 중반 ‘파리채 블로커’들이 버티고 있는 동부를 생각지 않고 지나치게 여유가 넘치는 폼으로 3점슛을 던졌다가 윤호영에게 3점슛을 블록 당하는 수모를 당했다. 3쿼터 중반에는 레더가 이상민의 절묘한 패스를 넋놓고 보고 있다가 공격권을 넘겨줬고, 이후 달아난 동부에 52-58까지 점수차를 허용했다.

설상가상으로 이승준은 4쿼터 중반 5반칙으로 퇴장당했다. 이 중 공격자 파울이 3개였다. 심판 판정에 민감하게 반응하다가 감정이 격앙돼 경기까지 그르쳤다.

반면 이승준의 매치업 상대였던 김주성은 15득점·6리바운드·3어시스트로 침착하게 활약했다. 강동희 동부 감독은 “승부처에서 활약한 김주성과 표명일(15득점)이 오늘의 수훈선수”라고 말했다.

한편 울산에서는 홈팀 모비스가 오리온스를 104-85로 대파하고 단독 선두 자리를 굳게 지켰다. 모비스 함지훈은 양팀 통틀어 최다인 27득점에 4리바운드·6어시스트를 보탰다. 

이은경 기자

◆전적 (18일)

모비스(19승7패) 104-85 오리온스(7승18패)
동부(17승9패) 82-76 삼성(13승12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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