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계 사육으로 귀농 성공한 이경임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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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실패도 많았지만 마지막 탈출구로 찾은 귀농의 꿈을 포기할 수는 없었죠. 사람이 관심을 쏟는 만큼 보답해 주는 게 새들인 것 같습니다."

25년의 도시생활을 접고 귀농, 전남 보성군 회천면 회천리에서 새를 기르며 부농의 꿈을 키우고 있는 혜성조류원의 이경임(李敬任.여.52)씨.

광주에서 남편이 하던 건설업이 부도로 일순간에 무너진 것은 1997년 초. 李씨는 도시생활을 정리하고 새 터전을 찾아 남편의 고향인 회천으로 내려왔다.

평소 동물을 좋아했던 데다 노동력과 초기 자본이 적게 드는 점 등을 감안해 조류사육으로 새 삶을 찾기로 했다.

李씨는 혼자서 조류사육 농가들을 돌아다니며 사육기술을 배웠다.

그리고는 10만원으로 금계(錦鷄)병아리 10마리를 사서 기르기 시작했다.

초기엔 관리를 잘 못해 죽이는 일이 다반사였다. 천신만고 끝에 금계를 비롯해 자보.공작.은계 등 1천여마리의 애완용 새를 키우는 손꼽히는 조류사육농이 됐다.

하지만 이번에는 판로가 문제였다. 금계의 경우 5~6개월이면 다 자라지만 워낙 생소한 새라 소비자에게 쉽게 다가가지 못한 것.

"5일장에 나가 자판을 벌여놓고 '금계 사세요' 를 외쳤지만 구경만 할 뿐 사가는 사람이 없었어요. " '작은 공작' 으로 불릴 아름답긴 하지만 일반인들은 잘 모르니 당연했다.

李씨는 금계를 먼저 알려야 되겠다는 생각에 도로변 주유소에 무료로 나눠주며 한켠에 전시토록 했다.

홍보 작전은 성공해 금계를 찾는 사람들이 하나 둘씩 조류원을 방문했다. 학교.유치원과 관공서.관광농원.가든형 음식점 등에서 관상용으로 가져가기 시작했다.

금계의 가격은 6개월가량 자란 한쌍이 최고 9만원. 李씨는 우체국에서 배운 컴퓨터 실력과 딸의 도움으로 인터넷 홈 페이지(http://www.birdpark.wo.to)까지 구축해 사이버 판매도 하고 있다.

李씨는 "앞으로 조류 학습장을 만드는 것이 꿈" 이라며 "귀농했다 다시 도시로 U턴하는 사람들을 볼 때 가슴이 아프다" 고 말했다.

0694-852-9663.

보성〓김상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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