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포공항, 밀입국자·여권 브로커 활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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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김포국제공항의 세관.출입국.검역(CIQ)지역에 위장 밀입국자와 여권 브로커들이 활개치고 있다.

여권 브로커들은 사전에 연락된 중국.인도네시아 등 통과여객과 접선, 위조 여권과 비자를 건네줘 미국 등지로 밀입국을 돕고 있는 것이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위조 여권을 가진 밀입국 승객 때문에 미국.캐나다 등으로부터 지난 한해 50만달러 이상을 문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4일 중국 동방항공으로 김포국제공항에 도착, 브라질 상파울루로 가기 위해 대한항공으로 갈아타려던 중국인 3명이 2청사 통과여객 라운지에서 여권 브로커와 접선하려다 대한항공 직원에게 적발됐다.

이들은 보통 통과여객들과 달리 수화물이 하나도 없는 데다 주위의 눈치를 지나치게 살피는 등 행동이 이상해 대한항공 직원이 여권을 조사해 본 결과 브로커와 만나 위조 여권과 비자를 받아 미국에 밀입국하려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은 중국에서 브라질.파라과이 대사관에서 발급받은 위조 비자로 출국한 것으로 밝혀져 중국 동방항공에 인계됐다.

지난달 19일에도 중국인 2명이 미국 샌프란시스코로 가기 위해 여권을 위조, 대한항공편으로 갈아타려다 적발됐다.

김포국제공항이 동남아인들의 미국.캐나다 밀입국을 위한 중간 정착지로 활용되면서 통과여객이 대기하는 CIQ구역에 여권 브로커가 활개를 치고 있지만 이 지역을 담당하는 공항경찰대는 단 한명의 브로커도 검거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주로 북미로 밀입국을 기도하는 통과여객들에게 위조 여권.비자를 전달하는 한국인 브로커들은 밀입국 희망.지원자를 만나기 위해 아침 일찍 CIQ지역에서 미리 들어가 기다리다 이들이 다른 항공편으로 도착하면 위조 여권 등을 전달한 뒤 비행편을 놓쳤다면서 되돌아 나오는 수법을 쓰고 있다.

또는 홍콩이나 일본 등으로 위장출국해 현지 브로커 조직을 만나 다음 범행 대상자를 물색하는 등 잠시 체류하다가 귀국한다는 것이다.

위장입국 승객이 적발되면 미국.캐나다.호주 등은 항공사에 1인당 3천달러 이상의 무거운 벌금을 부과하고 있다.

대한항공이 적발한 밀입국자는 한달에 30여명선. 지난해만 3백4명을 적발, 본국으로 송환시켰다.

하지만 이 가운데 1백12명에 대해 미국.캐나다 이민국으로부터 모두 40여만달러의 벌금을 부과받았다. 아시아나항공도 지난해 10만달러 이상의 벌금을 냈다.

이에 대해 공항경찰대측은 "밀입국자와 여권 브로커의 접선 현장을 적발하기 힘들어 단속하기 쉽지 않다" 고 말했다.

공항경찰이 수수방관하자 대한항공은 자체적으로 대책을 마련, 올 2월부터 김포공항 국제선 출발장에 직원 2명을 배치해 감시활동을 펴고 있다.

항공사 관계자는 "김포공항이 중국.동남아 국가와 미국.캐나다.호주로 연결하는 승객들이 많은 지역적 특성 때문에 위장 탑승객들이 급격히 늘고 있다" 며 "경찰과 출입국관리소의 현장 단속이 아쉽다" 고 말했다.

김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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