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장개업' 국회 바뀐게 없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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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16대 국회가 초반부터 삐걱대고 있다. 여야 모두 상대를 노골적으로 비난하며 쟁점 현안들에 대해 '양보 불가' 를 외치고 있다. 국회는 의장단 선출과 개원식 이후 곧바로 표류, 7일로 예정된 본회의가 열리지 못했다.

상임위원장 선출, 남북 정상회담 지지 결의안 채택, 인사청문회 법안 등 국회 일정이 줄줄이 뒤로 밀렸다.

그럼에도 여야 대화는 자민련의 미묘한 위치 등으로 민주당 정균환(鄭均桓).한나라당 정창화(鄭昌和)총무가 '비공식 총무협상' 을 하는 어정쩡한 상태로 진행되면서 헛바퀴만 돌고 있다.

우선 그동안 한나라당에 유화적 태도를 보이던 여권의 기류가 급변하고 있다.

이날 민주당 당무위원회 참석자들은 일제히 한나라당을 성토했다. 'DJP+4' 를 '정계개편' 이라고 규정한 한나라당에 대해 "논리비약이자 무리한 주장" 이라고 받아쳤다.

한화갑(韓和甲)지도위원은 정균환 총무를 향해 "원내 1당이란 이유로 한나라당이 힘으로 밀어붙이려는 경향이 있다" 고 지적했다.

민주당은 상임위원장 자리도 당초 주고받기식 협상을 하겠다던 데서 선회, 알짜는 모두 여당이 차지해야 한다는 강경방침을 정했다. 민주당에는 의장선거를 계기로 정국주도권을 확보해야 한다는 주장이 확산되고 있다.

인사청문회도 '비공개로 하루만 한다' 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한나라당도 강공 드라이브를 계속하고 있다. 이회창(李會昌)총재는 이날 "더이상은 못참겠다" 며 검찰의 선거사범 수사에 대한 국정조사를 추진토록 지시했다.

"남북 정상회담 후 할 말을 하겠다(정창화 총무)" 던 종전 입장에서 한발 더 나갔다.

당 부정선거진상특위 위원장인 최병렬(崔秉烈)부총재는 "검찰의 편파수사나 사정이 도를 지나쳐 더이상 묵과할 수 없는 한계까지 왔다" 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지구당위원장 규탄대회, 해당검사 고발, 검찰총장과 법무부장관 항의방문 등 구체적인 투쟁에 들어갈 것이라고 예고했다.

이같은 여야 대치에는 감정싸움의 성격도 담겨 있다. 민주당측은 지난 5일 개원식 티타임 때 李총재가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의 면전에서 여권의 금.관권 선거와 검찰의 편파수사를 지적한 것에 대한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증거도 없이 야당총재가 그런 말을 할 수 있냐" 는 내용이다.

이에 대해 한나라당은 "말로만 야당을 존중한다고 하고, 한나라당 포위작전에만 골몰하지 않았냐(權哲賢대변인)" 고 가시돋친 응수를 하고 있다.

이같은 상호불신과 반목으로 여야의 대결은 점차 마주보고 달리는 기차의 형국이 돼가고 있다.

이정민.박승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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